가수 정준영(34)의 성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부실 수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허위공문서 작성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58)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16년 8월 서울 성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팀장급으로 근무하며, 정씨 사건을 고의로 부실하게 처리하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정씨의 변호인으로부터 ‘휴대전화나 포렌식 자료 확보 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피의자 진술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범행 영상을 확보하지 않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단순히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것을 넘어 의식적인 방임이나 포기에 해당한다”며 “수사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가 일부 문건에 ‘원본대조필’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만 유죄라고 보고 나머지 혐의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유명 연예인의 성범죄 사건이라 언론 대응이나 2차 피해 등을 고려해 사건을 신속하게 송치하려 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정씨의 변호인이 ‘혐의없음 처분을 해달라’고 의견서를 낸 사실은 있지만,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청탁하거나 A씨가 이를 들어준 적은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씨 측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사법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다만 포렌식 의뢰서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해서만 “의뢰서 사본과 원본이 달라 이를 대조해봤다면 차이점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원본과 대조하지 않고 원본대조필이라고 기재한 것은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런 2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