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후 고통속 기절”…팬이라던 男, 액상 마약 건넸다

입력 2023-02-16 06:56 수정 2023-02-16 09:56
SNS 인플루언서인 여성 A씨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택에서 20대 남성에게 건네 받은 액상 마약을 전자담배인 줄 알고 피웠다가 기절했다는 피해 사실을 토로하고 있다. KBS 보도화면 캡처

SNS 인플루언서인 30대 여성에게 전자담배라고 속여 마약을 흡입하게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여성 A씨의 자택에서 마약성분이 든 전자담배를 건네 흡입하게 한 혐의로 남성 B씨를 조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남성이 준 전자담배를 두 모금 피웠다가 몸에 이상을 느낀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A씨는 팔로어 20만명을 보유한 SNS 인플루언서로, B씨는 팬이라며 접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A씨는 온라인상에서 친숙했던 B씨를 별 의심 없이 대면했다고 한다.

A씨는 “(전자담배 흡입 당시) 숨이 안 쉬어지면서 그냥 죽는 게 더 편하겠다는 고통을 받으면서 기절했다”고 KBS에 말했다. 이어 “(몇 시간 뒤 정신을 차려보니)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었고 등이 찢어지고 온몸에 다 멍이 들어있는 상태였다. 치마는 올려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SNS 인플루언서인 여성 A씨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택에서 20대 남성에게 건네 받은 액상 마약을 전자담배인 줄 알고 피웠다가 기절했다는 피해 사실을 토로하고 있다. KBS 보도화면 캡처

경찰 조사에서 B씨는 “마약성분이 들어간 액상 카트리지를 전자담배에 넣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간이 마약검사에서는 두 사람 다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간이 검사는 필로폰과 대마, 모르핀 등 일부 마약만 확인할 수 있고, 투약 후 경과 시간에 따라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여성이 성범죄 피해를 당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마약 성분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에 나올 예정으로, 경찰은 결과가 나오는 대로 두 사람에 대한 추가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