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연하女 만나러 대회 참가?”…전북 홍보영상 뭇매

입력 2023-02-16 05:01 수정 2023-02-16 09:45
전북도가 오는 5월 열리는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 대회’ 홍보 영상물이 논란에 휩싸이자 올린 지 한나절 만에 삭제 조치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전북도가 생활체육 국제종합대회인 ‘2023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아태 마스터스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제작한 홍보 영상물을 두고 논란이 일자 결국 삭제했다.

15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이날 공식 유튜브에 2분41초 분량의 아태 마스터스 홍보 영상을 게시했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한 달에 걸쳐 만들어진 이 영상은 짧은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됐다.

영상에는 단 한 번도 이성을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다는 설정의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그는 마음에 드는 여성과의 소개팅에서 거절을 당하고 어린 조카에게 ‘여자를 만나려면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이후 남성은 용기를 내 아태 마스터스대회에 참가하고, 열 살 차이 나는 소개팅 여성과의 연애에 성공한다.

전북도가 오는 5월 열리는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 대회’ 홍보 영상물이 논란에 휩싸이자 올린 지 한나절 만에 삭제 조치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영상 중간에 대회 일정과 종목 등을 소개하는 자막이 삽입됐지만 주 내용은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사랑을 얻었다는 것이다. 해당 영상 제작비는 약 1000만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이 공식 홍보영상은 아니지만 국제대회의 격에 맞지 않는 홍보물이라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었다. 전 세계 생활체육인이 참여하는 국제대회 취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구성이 조악해 제작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북도가 오는 5월 열리는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 대회’ 홍보 영상물이 논란에 휩싸이자 올린 지 한나절 만에 삭제 조치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영상을 제작한 전북도 담당 부서는 ‘아쉽다’는 입장이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기획 단계부터 너무 무겁지 않게 영상을 제작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다. 소위 ‘B급 감성’으로 만들려고 의도했다”며 “영상을 무게감 있게 만들면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아 가볍게 만드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오는 5월 12일부터 아흐레간 열리는 전북 아태 마스터스대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국제종합 생활체육대회로, 대회 종목만 농구·배구·배드민턴·볼링·사격 등 20여 가지가 넘는다. 도는 2018년부터 전담 조직위원회를 꾸려 참가자 1만명을 모집하는 등 대회 부흥에 사활을 걸고 행사를 준비해 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