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내 꺼 아냐’… 싱크대 밑 2400만원 ‘돈뭉치’ 주인은?

입력 2023-02-16 04:41 수정 2023-02-16 09:42
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이사 도중 현금 2400만원이 발견됐는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가져가지 않은 사연이 전해졌다. 경찰은 과거 세입자들을 수소문해 주인을 찾아내 이 돈을 돌려줬다.

지난 13일 경찰청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울산 한 아파트에서 이삿짐센터 직원이 짐을 정리하던 중 싱크대 아래 수납장에서 2400만원의 현금다발을 발견했다.

당시 이삿짐센터 직원은 아파트 세입자에게 “싱크대 서랍장에 있던 현금을 왜 안 챙겼느냐. 꽤 많아 보였다”며 돈을 건넸다. 하지만 세입자 A씨는 “이건 제 돈이 아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집주인에게 연락했는데, 집주인 B씨도 “그렇게 큰돈은 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 연락처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에는 10년간 A씨를 포함해 세입자 4명이 거주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나머지 세입자들의 연락처는 알지 못했다.

집주인과 최근 세입자가 모두 자신의 돈이 아니라고 밝힌 상황. 경찰은 결국 이전 세입자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과거 세입자들의 연락처를 구해 돈의 행방을 찾아 나선 것이다.

A씨 전에 거주한 세 번째 세입자인 50대 C씨는 “그 집에 아버지가 사셨는데 현금 250만원을 생활비로 드렸다”며 “아버지가 현금만 따로 모아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C씨 직전 거주자인 두 번째 세입자 60대 D씨의 말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D씨는 “일의 특성상 현금으로 월급이나 보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은행 갈 시간이 없어 5만원권 100장씩을 금액이 적힌 은행 띠지로 묶어 싱크대 밑이나 장롱 안에 보관해 뒀었다”고 했다.

경찰 확인 결과 현금은 D씨의 말대로 5만원권 100장 두 다발과 90장 한 다발이 은행 띠지로 묶여 보관돼 있었다.

경찰은 해당 현금이 D씨의 것으로 판단했다. 그에 따라 C씨에게는 “두 번째 세입자가 현금이 보관된 상태와 위치를 정확히 이야기했다”고 알렸다.

이에 C씨는 “아버지가 모아 둔 돈은 아닌 것 같다”며 “이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돈을 돌려받은 D씨는 유실물법에 따라 습득자인 이삿짐센터 직원과 신고자 A씨에게 5∼20%를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일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은 “양심에 따라 신고해준 시민께 감사하다”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경찰이 함께 있겠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