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두고 긴장 고조… 경찰·유족 충돌

입력 2023-02-15 21:35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족 측에 제시한 서울광장 분향소 자진철거 기한 만료일인 15일 서울광장 분향소 인근에 경찰이 차단벽을 설치하자 유족들이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한결 기자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족 측에 서울광장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라고 제시한 기한인 15일 경찰과 유족이 충돌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행정대집행을 진행하겠다는 서울시와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유족 입장이 맞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쯤부터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주변 인도와 차도 주변에 높이 2m의 투명 차단벽을 설치했다. 현장 방송을 통해 “집회(백기완 선생 2주기 추모문화제)에 대비해 질서유지선을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분향소로 가는 길목이 차단벽으로 막혔다. 유족은 분향소를 철거하려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유족들은 차단벽을 치우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 유족은 분향소 방면으로 펜스를 넘어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충돌 과정에서 한 유족은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다. 경찰은 분향소 방면의 차단벽 일부를 철수했지만, 유족들을 “나머지 펜스도 치우라”고 연신 외쳤다.

빨간색 목도리를 한 유족들은 차단벽이 절반 정도 철거돼 추모 장소 주변에만 남겨진 후에도 한동안 경찰 앞을 일렬로 막아선 채 현장을 지켰다.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상황실장은 “치더라도 낮은 높이의 차단벽을 친다고 생각했는데, 크고 높아서 다니기도 어려운 크기에 유가족들이 크게 놀랐다”며 “추모문화제를 하지 않는 반대편까지 차단벽을 설치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해서 경찰에 계속 항의했다”고 말했다.

오후 8시쯤 추모제가 끝나자 경찰은 남아있던 차단벽도 모두 철거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에 대비해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경찰이 언제 온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고, 우리는 계획 없이 기다릴 뿐”이라며 “서울시가 어떤 행동을 취하든 우리는 분향소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이날 분향소 철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결국 철거는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추모공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 성심을 다해 경청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지속적으로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도 “추모의 취지는 백분 공감하지만, 고인들에 대한 추모 또한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