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건 밸겜…“나경원 對 장제원” “전재산 對 대통령”

입력 2023-02-15 21:15 수정 2023-02-15 21:21
김기현(왼쪽)·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방송 토론회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은 첫 TV 토론회에서 ‘밸런스 게임’과 ‘OX 문답’의 곤란한 질문에 답하며 진땀을 뺐다.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이상 가나다순) 후보는 15일 오후 5시10분부터 1시간40분 동안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주관으로 진행된 첫 방송 토론에서 설전을 벌이며 당심 공략에 나섰다. 이번 토론에서 통상적인 진행 방식인 ‘주도권 토론’ 외에도 ‘밸런스 게임’과 ‘OX 문답’이 도입됐다.

‘밸런스 게임’은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하고 반드시 하나를 택하는 문답 방식이다. 대답하는 사람에게 민감한 사안을 질문하는 것이 ‘밸런스 게임’의 묘미다. 이날 토론에서 ‘밸런스 게임’은 5초 안에 답하도록 시간이 제한됐다.

김 후보는 “한 명만 구조할 수 있다면? 나경원 대 장제원”이라는 질문을 받고 나경원 전 의원을 골랐다. 그는 “나 전 의원과 만난 게 (장제원 의원보다) 좀 더 오래됐다”며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한 인재지만 정이 조금 더 깊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또 “한 명과 요리해야 한다면? 유승민과 김장하기 대 이준석과 연포탕 끓이기”라는 질문에 후자를 택했다. 그는 “이 전 대표에게 많은 단점은 있지만, 장점도 있다”며 “앞으로 그것을 잘 가다듬어 ‘선당후사’ 정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말은? ‘MB 아바타’ 대 ‘간첩이 어딨나’”라는 질문을 받고 웃으며 ‘간첩이 어딨나’를 지목했다. 그는 “제가 하지 않은 말이고 가짜뉴스”라며 “저는 오히려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안 후보는 또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전 재산 대 대통령”이라는 질문을 받고 “전 재산을 포기하겠다”며 “저는 이미 (재산의) 절반 이상인 1500억원을 기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끊은 원자력 발전 연구비를 계속 댔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후보 4명은 모두 바람직한 당정관계에 대해 “일심동체 부부 대 밀고 당기는 연인”이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황 후보만 “일심동체 부부”를 골랐다.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왼쪽부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방송 토론회를 앞두고 주먹을 쥐며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OX 문답’에서는 더 노골적인 질문이 후보들에게 들어갔다. 특정 후보가 지목되는 ‘밸런스 게임’과 다르게 후보들은 공통 질문을 받고 ‘O’나 ’X’를 쓴 팻말을 들어 의사표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질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마음에 둔 후보가 있다”에 김기현‧천하람 후보는 ‘O’, 안철수‧황교안 후보는 ‘X’ 팻말을 들었다.

김 후보는 “대통령과 당대표의 관계는 부부관계이자 운명공동체”라며 “같이 사는 부부관계에서 나의 배우자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누가 봐도 대통령께서 선호하는 후보는 있는 것 같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저희 당의 지지자분들도 알 것”이라며 “이것이 없다고 눈을 가리고 아웅 하듯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안 후보는 “윤 대통령께서 신년회에서 ‘윤심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대통령 말의 무게는 엄중하다. 그 말씀 그대로 지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대통령은 국정을 총괄하는 분으로, 한 사람을 염두하고 할 리 없다. 어려운 국정을 이겨낼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질문에 황 후보만, “내가 당대표가 된다면 한동훈 장관을 다음 총선 선대위원장에 임명하겠다” 질문에 안 후보만 각각 ‘O’를 골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