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대기업은 4년 전 도입했는데 자율좌석제 거부하는 공무원들

입력 2023-02-16 06:00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입주가 시작됐다. 기재부는 다음달 8일까지, 행안부는 이달 28일까지 이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지난해 7월 중앙동 이전 소식을 알리며 ‘자율좌석제’ 도입을 예고했다. 사무실에 인원수 만큼 고정좌석을 할당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근무 공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출장, 재택근무 등으로 청사로 출근하지 않는 인원을 고려해 업무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방안이었다. 중앙동 사무실 좌석의 15~20%는 자유석 도입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자율좌석제는 삼성, SK, LG 등에 사기업에 재직하는 직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제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연근무제가 일상이 되면서 자율좌석제도 함께 자리 잡았다. 사무실 좌석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자율좌석제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그러나 중앙동의 자율좌석제 도입은 직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앙동에 입주하는 기재부와 행안부를 포함해 전 부처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6000명 중 40%만이 자율좌석제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좌석제가 도입되면 과장은 과장끼리, 사무관은 사무관끼리 모여 앉아 소통의 벽이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수였다고 한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간부급이 모여 앉는 자리는 ‘통합 보고실’이 될 것”이라며 “자유석에 갈 때마다 긴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류 디지털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업무 관련 자료를 종이로 인쇄해 자리에 모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자율좌석제가 도입될 경우 이같은 자료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사무관은 “자율좌석제가 도입되면 보자기로 자료를 싸서 보고 때마다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