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텔 사기꾼 할아버지’ 찾았다…“곧 소환 조사”

입력 2023-02-16 00:03 수정 2023-02-16 00:03
지난 3일 아침 모텔을 나서는 A씨의 모습. CCTV 화면 캡처, 김씨 제공

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해 지방 모텔에서 사기 행각을 벌인 뒤 도주한 노인의 신원이 특정됐다. 경찰은 70대 남성 A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공범 여부와 여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남 통영경찰서 관계자는 15일 “현장 CCTV 영상을 분석해 추적에 나서 A씨 신원을 특정했다”며 “통영 지역 거주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뒤 소환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쯤 경남 통영시 광도면의 한 모텔에 들어와 하룻밤 투숙한 뒤 업주 김모씨를 기만해 15만원을 받아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관광개발공사와 해양수산부로부터 협찬받아 해안도 절경을 찍기 위해 통영에 왔다며 김씨를 속였다. 그는 객실 세 개를 2주 동안 쓰겠다고 한 뒤 “부하직원 둘은 내일 서울에서 내려오는데, 통영은 방 잡기가 어려울 듯해 내가 먼저 내려왔다. 직원이 내일 내려와 계산할 것”이라며 의심을 피했다.

김씨는 A씨가 점잖게 차려입은 데다 정부 부처, 공공기관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소개하자 의심을 거뒀다고 했다. 이에 “시청 직원들에게 밥을 사야 하니 돈을 빌려 달라”는 A씨의 말에 흔쾌히 15만원을 건넸다. A씨는 이 돈과 함께 수건 샴푸 등 객실에 비치된 용품도 함께 가지고 도주했다.

A씨가 지난 3일 모텔 층을 돌아 다니며 사장 김모씨를 찾는 모습. CCTV 화면 캡처, 김씨 제공

이 사건은 피해자인 김씨 조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발글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글 작성자인 김씨 조카는 A씨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게시하며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잡지 못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글에는 “다른 업주 커뮤니티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라는 제보가 달렸다. A씨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실제로 해당 커뮤니티에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봤다는 업주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인근 숙박업소 업주 B씨 역시 CCTV를 확인한 뒤 “3년 전 그놈”이라며 피해 사실을 전했다. A씨는 당시에도 시청 직원들 밥을 사야 한다며 같은 수법으로 B씨에게 30만원을 받아 달아났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씨와 관련해 접수된 신고는 한 건이며, 추가 범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여죄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