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나란히 국민 통신요금 부담 경감을 위한 조치를 내놨다. 다음 달에 사용할 수 있는 무료 데이터를 제공한다. 고물가 상황에서 통신요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질타가 있은 직후에 나온 방안이다. 하지만 물가 안정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통신 3사는 가계 통신비 경감을 위해 3월 한 달 동안 만 19세 이상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무료 제공한다고 15일 밝혔다. SK텔레콤과 KT는 30기가바이트(㎇)를 준다. LG유플러스는 가입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제공량만큼 추가로 무료 데이터를 더한다. 이동통신 3사가 고객에게 대규모로 데이터를 일괄 제공하기는 처음이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속도 저하 우려 없이 데이터를 마음껏 쓰는 경험을 할 것”이라며 “모든 국민에게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전례 없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모두 3373만명이 직접적 수혜를 본다고 예측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체 휴대전화 가입회선(5020만명) 대비 67.1%에 이르는 규모다. 과기부는 예시로 월 6만1000원(데이터 30GB 제공)의 KT ‘LTE 요금제’ 가입자가 다음 달에 3만3000원(1.4GB 제공) 요금제로 갈아타면 약 2만8000원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 30GB의 데이터를 받는 가입자가 다음 달에만 1.4GB 데이터를 주는 요금제로 갈아탄다는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물가 안정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다수는 실제로 쓰는 데이터 양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주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있다. 이미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데이터 제공량이 충분해 추가로 무료 데이터를 주더라도 한 달 안에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약정에 따른 위약금 때문에 한 달만 저가 요금제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추가 데이터를 받기 위해 직접 URL에 접속해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추가 데이터 제공으로 수혜를 보는 국민은 대부분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인데, 이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일 수 있어서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이익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대책을 내놨다는 모양새를 만들 방안을 찾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