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영리병원 판결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은 적법”

입력 2023-02-15 16:18 수정 2023-02-15 16:26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아 개원을 허가한 것은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과 다른 판결이 나오면서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를 둘러싼 논란은 대법원 상고심 판단이 나와야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부장판사 이경훈)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인의료기관 개설허가 조건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제주도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제주특별법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현행 의료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 상 제한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권리를 제주도지사에게 설정한 예외적인(강학상) 특허로서, 개설허가는 물론 개설허가에 붙는 조건 역시 도지사의 재량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제주도가 지난 2018년 12월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당시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내걸면서 촉발했다.

녹지 측은 ‘병원은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료법 조항 등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심 법원은 녹지 측의 손을 들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제주특별법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에 관한 특례를 둔 것은 의료기관 개설 주체 등에 대한 규정일 뿐 의료기관 개설허가의 기본적 성질은 의료법을 준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영리병원은 제주특별법에 의해 행정청이 특별히 허가한 행정행위이므로 개설허가에 붙는 조건도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개설허가 당시 도지사가 내국인도 진료가 가능할 것처럼 했다가 그와 다른 허가조건을 제시해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녹지 측의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녹지 측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아 개원한다고 해도 응급환자 발생 시에는 진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긴급상황에서 내국인 응급의료를 시행했다면 이는 정당행위 또는 긴급피난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 첫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 여부를 두고 법원의 판단에 전국적인 관심을 쏠렸다.

그러나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관련 논란은 대법원 판단이 나온 뒤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편 녹지 측이 이번 소송과 별개로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선 녹지가 2심과 3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해당 소송은 2018년 10월 개원 허가 후 녹지 측이 의료법 상 정해진 3개월 이내 영업을 개시하지 않자 이듬해 도가 개설 허가를 취소한 데 대해 녹지 측이 제기했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내국인 진료 제한 등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지난해 6월 도가 외국인 투자 비율 조건을 어겼다는 점을 들어 다시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자 같은 해 9월 녹지 측은 다시 도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 첫 번째 변론은 오는 3월 14일 제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