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이례적 ‘단타’… TSMC 팔았다 [3분 미국주식]

입력 2023-02-15 15:40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8년 5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오마하에서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워런 버핏을 회장으로 둔 미국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주식을 불과 한 분기(3개월) 만에 대부분 처분했다. ‘가치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 회장이 세계 시가총액 10위권의 대형주를 놓고 ‘단타’를 친 건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미국 뉴욕 증권시장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놓고 다양하게 해석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친 끝에 15일(한국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만 소폭 상승했다.

1. TSMC [TSM]

로이터통신은 이날 “버크셔가 보유한 TSMC 미국 예탁증권(ADR)에서 86.2%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며 “버크셔는 이제 TSMC 주식 829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대만증권거래소 상장사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ADR로 매매되고 있다.

버크셔는 정확히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15일 “41억 달러를 들여 TSMC 601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크셔가 TSMC 주식을 사들인 시기는 지난해 3분기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그해 8월 대만 방문이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일으켜 대만해협에 지정학적 위험을 고조했고, 업황 불확실성에 따라 반도체 산업이 위축되던 시기였다.

버크셔의 TSMC 투자는 이런 위기를 겁내지 않는 버핏 회장의 배짱과 철학으로 주목을 받았다. 버핏 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위주의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선호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가치 투자의 귀재’다. 하지만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세계 시총 1위 애플처럼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기업이라면 버핏 회장의 시야에 들어갈 수 있다.

당시 TSMC는 버핏 회장의 선택을 받아 ‘독점적 지위’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로 인해 주가는 한 방향으로 강세를 탔다. 지난해 11월 4일 59.43달러에서 52주 신저가를 찍었던 TSMC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97.96달러에 마감됐다. 이날까지 상승률은 저점 대비 64.8%나 된다. 지난달 25일 장중 100달러를 뚫고 올라가기도 했다.

버크셔는 이 과정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TSMC 비중을 축소했다. 월스트리트 금융가는 버크셔의 TSMC 투자 수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 애널리스트 캐시 시퍼트는 버크셔의 TSMC 매수 단가를 68.5달러, 매도 단가를 74.5달러로 분석하면서 “버크셔의 입장에서 대승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2.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

미국 노동부는 뉴욕증시 개장을 1시간 앞둔 지난 14일 밤 10시30분 “1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6.4%, 전월 대비 상승률이 0.5%로 각각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헤드라인 CPI’(전년 동월 대비 CPI 상승률)는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고 7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직전월인 지난해 12월 헤드라인 CPI는 6.5%였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는 재확인됐지만, 그 속도가 느려졌다. 헤드라인 CPI는 미국 금융정보기업 다우존스와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일치된 전망치인 6.2%를 0.2% 포인트 상회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전망치인 0.4%를 0.1% 포인트 웃돌았다. 헤드라인 CPI의 낙폭은 직전월 대비 0.1% 포인트에 그쳤다.

올해 재편된 CPI 산출 기준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늦춘 핵심 요인은 주거비다. 1월 주거비용은 전월 대비 0.7% 상승해 CPI 상승분의 절반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전월보다 천연가스는 6.7%, 휘발유는 2.4%씩 올라 에너지 가격을 높였다.

방향은 바뀌지 않았지만 속도는 느려진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놓고 시장은 뚜렷한 해석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장기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전망하는 의견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당연직 위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노동시장이 강력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기준금리의 적합한 수준을 5~5.5% 사이로 제시했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4.5~4.75%다.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거의 시간 단위로 요동쳤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46%(156.66포인트) 하락한 3만4089.2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3%(1.16포인트) 밀린 4136.13에 마감됐다. 나스닥지수만 1만1960.15까지 0.57%(68.36포인트) 상승했다.

3. 에어비앤비 [ABNB]

미국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이날 나스닥 본장을 마친 뒤 시간 외 매매에서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분기 매출은 19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0.48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 전망치에서 매출은 18억6000만 달러, EPS는 0.25달러였다.

모든 실적은 전망치를 상회했다. 에어비앤비는 주주들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올해 초 지속적으로 강한 수요를 확인하고 있다”며 1분기 매출 전망치를 179억5000만~18억20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레피니티브 예상치인 16억90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한 금액이다.

에어비앤비 주가는 시간 외 매매에서 130달러 선을 뚫고 올라갔다. 이날 나스닥 본장에서 3.82%(4.45달러) 상승한 120.87달러에 마감된 뒤 애프터마켓에서 8.79%(10.62달러) 추가로 급등해 131.49달러에 완주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