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아침 식사 해결하세요”
끼니를 거르고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허기를 달래줄 전국 최초의 ‘근로자조식센터’가 광주의 한 산업단지에서 문을 연다. 근로자들은 시중의 절반 가격에 샌드위치 등 간편식을 먹을 수 있다.
광주시는 3월 말부터 아침 일찍 출근하는 하남산단 근로자를 위한 조식센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15일 밝혔다. 하남근로자종합복지관 1층에 들어설 이 센터는 평균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집을 나서는 근로자들의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시는 하루 평균 90명 정도의 근로자가 아침을 먹기 위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복지관 1층을 베이커리 등 식품판매 장소로 바꾸는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남산단 입주업체의 경우 대부분 오전 7시 30분이면 정상 근무를 시작한다. 이로 인해 산단 근로자들은 이보다 1시간 정도 이른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집을 나와야 돼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하남산단 입주업체들은 근로자들의 이런 사정을 잘 알지만 여러 여건상 아침을 대부분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광주시가 지난 2019년 광주지역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7개 산업단지 중 아침을 제공하는 입주업체는 8.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태조사에서 ‘매일 아침을 먹는다’는 근로자는 30% 수준으로 10명 중 7명은 출근 시간에 쫓겨 아침을 챙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조식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자가 58%로 절반을 넘었다. 비교적 규모가 큰 50~299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인 사업장에서는 70%로 더 높게 나타났다.
시는 이에 따라 우선 산단 근로자들에게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샌드위치와 각종 빵 등 베이커리를 시중의 절반 가격에 제공하는 ‘근로자 조식지원 사업’에 나선다. 나머지 50%는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한다.
시는 근로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김밥과 누룽지 등 한식 메뉴를 추가하고 조식센터 장소도 다른 산단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그동안 아침을 거르고 출근해 오전 내내 허기에 시달리던 근로자들은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남산단에는 지난해 기준 1070여 개의 입주업체가 조업 중이다.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이 90% 이상으로 거의 구내식당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기계설비 유통업체 근로자 송모(50)씨는 “40여 명의 동료 대부분이 아침을 챙기지 못하고 출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척 반가운 소식”이라며 “다음 달부터 더 힘을 내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겼다.
광주시는 아침을 먹지 않고 육체적 근로를 반복하면 작업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근로자 건강도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근로자들의 부주의에 따른 안전사고 등 산업재해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철갑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아침을 거른 근로자들은 점심때 평소보다 폭식하게 돼 혈당 상승과 졸음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근로자조식센터는 2020년 전국 최초로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를 제안했던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당시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의 제안에 따라 선보이게 됐다.
2021년 4월부터 하남산단에서 운영에 들어간 작업복 세탁소는 이후 전국 각 산단·공단으로 퍼져 활발히 운영 중이다. 기름때 등이 묻은 근로자 작업복은 세탁과정이 힘들 뿐 아니라 유해물질 등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일반 세탁소에서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에 조식센터를 찾는 근로자들이 많으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운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