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힘 명예대표’ 방안에…이준석 ‘로마 독재자’ 소환

입력 2023-02-15 10:23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명예대표를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독재 정치로 암살 당한 ‘dictator perpetuo’(딕타토르 페르페투오‧종신 독재관)를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 명예대표’를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독재 정치로 암살당한 로마의 정치가를 소환했다. 전당대회 이후 당정 관계가 새로 설정되면서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게 될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명예대표를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dictator perpetuo 보다는 princeps를 지향해야 할 텐데...”라고 짧게 적었다.

‘dictator perpetuo’(딕타토르 페르페투아)는 공화정 로마 말기의 관직이었던 ‘종신 독재관’이다. 로마 공화정에는 국가 비상시 선출되는 임시 관직인 ‘독재관’이 있었다. 국가의 모든 권력을 쥐고 발 빠르게 국가의 위기에 대응하는 역할이다. 독재를 뜻하는 영어 ‘딕테이터(Dictator)’의 어원이기도 하다.

독재관은 자칫 합법적 독재정치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서 ‘기간제 임시직’으로 운영되던 자리인데, 내전에서 승리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4년 임기 제한을 없앤 ‘종신 독재관’에 취임했다. 이로써 공화정은 붕괴됐고 그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 하지만 독재정치를 우려한 원로원 의원들에 의해 결국 암살당했다.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사용된 ‘princeps’(프린켑스)는 라틴어로 ‘제1인자’를 뜻한다. 암살당한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로마를 이끌게 된 옥타비아누스는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자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스스로를 프린켑스로 칭했다. 이는 원로원에서 ‘첫 번째로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제1의 시민’이란 의미로 사용됐다. 독재를 하다 암살당한 카이사르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겸손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 전 대표의 메시지는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이후 당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1인 독주 체제가 갖춰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연일 이른바 ‘윤심’ 논란이 제기되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부터 윤 대통령과 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단어를 쓰며 친윤(친윤석열)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