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김주애에 쩔쩔…北주민들 “김일성도 안한짓” 불만

입력 2023-02-15 09:19 수정 2023-02-15 10:39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 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한 김주애.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0살 딸 김주애(2013년생 추정)가 연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고령의 간부들에게 인사받거나 존칭사를 붙여 찬양받는 것을 두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비판의 분위기가 번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김정은의 딸이 처음 공개됐을 때 큰 관심을 보였던 북한 주민들이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 행사 이후 김주애에 대해 비난과 우려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11월 김정은의 딸이 미사일 발사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 주민들은 어린 딸의 모든 것에 관심과 호기심어린 반응을 보였다”며 “하지만 열병식 행사 이후 어린아이를 지나치게 내세우는 데 대해 우려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RFA에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을 기념해 지난 7일 딸 김주애와 함께 인민군 장병들의 숙소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숙소 방문 이후 건군절 기념연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이 김정은의 어린 딸에 관심을 보인 것은 과거 김정일이 자기 자녀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됐기 때문이고 아버지인 김정은을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며 “최근 주요 행사에 학생인 어린 딸이 연이어 등장하고 언론에서 요란한 존칭사를 붙여 찬양하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의 딸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은 없지만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끼리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주변에서는 이번 열병식이 김정은 딸에 집중돼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초급중학생(중학생)이 어른티를 내며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하고 김정은과 같이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며 머리 허연 간부들이 머리를 숙이고 쩔쩔매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좋은 인식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서른 살도 안 된 여동생(김여정)에게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주며 내세운 김정은이 열 살이 조금 넘은 어린 딸을 주요 행사장에 데리고 다니며 특별한 존재인 양 잔뜩 내세우고 있다”며 “이런 행동은 김일성, 김정일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김정은 딸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의 생김새와 옷차림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고 매체에 전했다.

그는 “이번 열병식 행사에서 김정은의 딸은 아이라는 감이 전혀 없이 고급 양복과 모직 외투 같은 사치한 옷에 브로치까지 달고 나와 세상이 다 보라는 듯 뽐냈다”며 “작년 처음 등장했을 때 친근감을 느끼고 관심을 보였던 여학생들조차 이번엔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기념우표. 조선우표사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 소유로 추정되는 백마. 조선중앙TV는 이 말을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충마"라고 표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이었다. 당시 김주애가 입었던 ‘흰색 패딩’은 북한에서 유행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달 26일 ICBM 개발·발사 공로자와 기념사진 촬영 행사에도 동행했는데, 과거 리설주 여사와 유사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로 이목을 끌었다.

최근에는 ‘김주애 우상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열병식에 김주애 소유로 보이는 ‘백마’가 등장했고, 14일에는 그의 사진이 포함된 새 우표 도안도 공개됐다. 우표에는 김정은과 김주애가 미사일을 배경으로 손잡고 나란히 걷거나 팔짱 낀 모습 등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김주애와 같은 이름을 가진 주민들에게 개명을 강요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