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내고도 전공 못 들어” 수강신청 해킹, 여론은 학교탓

입력 2023-02-15 06:20 수정 2023-02-15 10:31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학교 수강신청 홈페이지를 해킹 시도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의 이면에는 과도한 수강 경쟁, 취업난, 열악한 교육 인프라 등이 깔려있다는 반응들이 많다. 상황을 방치한 학교와 교육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 없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 수강신청 홈페이지를 해킹 시도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강신청 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한 학기에 500만원 정도의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전공 수업도 제대로 못 듣는 게 말이 되냐”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해킹 행위 자체는 잘못됐지만 ‘오죽했으면’ 그렇게 했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싶어서 해킹까지 시도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근본적 책임이 학교에도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딩’이 인기를 끌면서 취업을 위해서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는 인문계생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컴퓨터공학과가 복수전공 인기도 1위를 기록할 정도다.

기사 댓글을 중심으로 ‘수강신청 해킹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를 해킹해야 할 정도로 수강신청 경쟁이 과열된 이면에는 열악한 교육 인프라는 물론이고 심각한 취업난까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제대로 수업을 듣지 못하는 환경에 대한 불만,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 학교와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졸업반인데 전공필수 못 듣는 지경… "이건 전쟁이다"

당장 대학생들 사이에서 수강신청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오죽했으면 해킹까지 하려고 했을까”라며 “수강신청 문제가 심각하다. 정당하게 등록하고 내 전공수업을 듣겠다는데 정원이 너무 적어서 신청을 못 하게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졸업반이 전공필수 과목을 못 듣는 지경”이라며 “수강신청은 전쟁”이라고 말했다. 졸업반인 경우 전공필수 과목을 우선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대안도 덧붙였다.

“‘안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수강신청 전부터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호소도 있었다.

“코딩 배우자” ‘컴공’ 복수전공 인기 1위

이번 해킹 시도 사건이 컴퓨터공학과에서 벌어진 점도 눈길을 끈다. 컴퓨터공학과는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부상한 곳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복수전공 인기 1위로 컴퓨터공학과가 꼽힌다고 한다. 특히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인문·사회계열에서도 ‘컴공 복전’(컴퓨터공학과 복수전공)은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들이 취업을 가장 원하는 기업들도 이른바 ‘네카쿠라배’(네이버·쿠팡·카카오·라인·배달의민족)와 같은 IT 기반 플랫폼 기업들로 바뀌면서 코딩을 비롯한 컴퓨터공학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방법은 잘못됐지만 심정은 이해가 돼서 씁쓸하다”며 “컴퓨터공학과는 취업 때문에 다른 과에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많이 선택해서 전공과목을 듣기 매우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급한 마음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 대학교에서 전공과목은 수강 인원을 잘 계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요새 ‘컴공’ 수업 박 터진다. 타과 학생들의 수강신청 경쟁이 심해 정작 전공 학생들이 수업을 못 듣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타과 학생들이 복수전공 한다고 모두 컴공과로 몰려와 정작 자기 과목 수강하기 힘들어진 컴공과 학생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사건을 정의한 네티즌도 있었다.

“비싼 등록금 내고도 수업 못 들어…이건 학교 문제”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 해킹 사건으로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교육 인프라를 방치한 학교와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범죄를 유발한 학교가 더 문제”라며 “졸업반이 필수이수 과목을 수강 못 하게 돼서 일어난 진짜 말도 안 되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강 인원을 늘려주든지 교수를 충원해서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수강신청 상황을 언급하며 “학교가 학생을 도둑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비싼 등록금을 낸 대학생들은 학교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 네티즌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왜 학생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도 “비싼 등록금을 받았으면 듣고 싶은 강의는 들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콘서트 티케팅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대학은 행정 편의만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학들부터 반성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수강신청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