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딸에 “수박 문자폭탄 그만…나도 ‘찢’에 상처”

입력 2023-02-15 05:09 수정 2023-02-15 10:1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도 '찢'이라는 말을 듣고 상처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 앞에서 비명(비이재명)계로 알려진 같은 당 의원을 위로하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14일 오후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이소영 의원을 초청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대표 현장대변인을 맡았으나 이후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고언을 해 개딸들의 비판 대상이 된 바 있다.

이 대표는 대화 도중 이 의원을 향해 “요새도 ‘수박’(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친문(친문재인)계를 비롯한 비명계를 비난하는 용어)이라고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 ‘수박 랭킹’을 매기는데 내가 1등에 올라 이해가 안 되고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1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이소영 의원. 유튜브 영상 캡처

이 대표는 “저한테 ‘찢’이라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똑같은 것이다. 그 단어(수박)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다”면서 “거기에 상처받는 분들이 너무 많다. (나도 찢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상처받더라. 그러니까 그분들이 저한테 기분이 좋겠느냐”고 했다. ‘찢’은 ‘형수 욕설’ 논란에 휩싸였던 이재명 대표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이 대표는 “상대(국민의힘)의 작전은 이미 명확하다. 잘할 생각보다는 지배하기로 작정했고, 장애가 되는 것은 없앤다. 이게 기본 작전”이라면서 “그럼 우리 작전도 분명하다. 단합과 대오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 내부 균열은 절대 안 된다. 좀 부족해 보이고 달라 보여도 용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제 지지자들이) 지금도 문자폭탄을 하고 (문자폭탄 보낼) 명단을 만들고 이러는데 거기에 들어간 분이 누굴 원망하겠나? (저에게) 득이 아니라 실이 되는 것”이라며 “(문자폭탄으로) 단단하게 뭉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다 떨어져 나가고 소수가 된다. 누구를 따돌리면 마지막에는 자기가 왕따가 된다”고 꼬집었다.

1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이소영 의원. 유튜브 영상 캡처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서는 “지역에 새로 오신 분이 ‘나 이재명 대표가 보냈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 균열 요인이라 조심시킬 것”이라며 “(공천) 평가 기준도 웬만하면 바꾸지 말고, 이해찬 대표 때 만들었던 룰도 웬만하면 손대지 말고 안정적으로 가자는 방침을 줬다. 각자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면 시스템에 의해 경쟁력 중심으로 (공천이) 결정되는 거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강성 지지층의 자제를 촉구하며 당내 단합을 강조한 것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여부가 동료 의원들의 한표 한표로 결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위례·대장동 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해가 잘 안 된다. 제가 뭐 어디 도망간답니까”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