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운동신경이 1도 없어요. 예전엔 무에타이 했을 때 승률이 20% 정도밖에 안 됐을 거예요.”
하지만 세계 최고의 격투 무대인 UFC에서 한국인 최초의 플라이급 파이터가 됐다. 지난 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린 ‘로드 투 UFC’에서 우승한 박현성(27)의 이야기다.
박현성은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쁨보다는 안도했다”며 UFC 진출 소감을 밝혔다. 박현성은 당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제자 최승국(26)을 상대로 3라운드 서브미션 승을 거뒀다.
그는 “시차 적응을 제대로 못 해서 이틀 동안 총 6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 역대급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다”며 “영상을 다시 보면 제 생각보다는 못하진 않았지만, 당시엔 지고 있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승리를 거머쥐며 UFC에 입성했다. 그는 “우선 UFC와 5경기 계약을 했다”면서도 “5경기 계약을 한다고 다 뛰게 해주는 건 아니어서, 2경기 계약했다 생각하고 무조건 이기는 걸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성은 한국의 19번째 UFC 선수로, 플라이급에선 최초다. 하지만 그는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박현성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UFC 가게 돼서 좋은 건 제가 좋아하는 거로 생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일로 돈을 벌고, 직업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정말 좋다”고 말했다.
박현성은 군대 전역 후인 24세 때 본격적으로 MMA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UFC 입성에 성공했다. 종합격투기 전적은 8승 무패다.
‘빠른 성장세’의 비결을 묻자 “운동 재능은 1도 없다”며 “고등학생 때 취미로 무에타이를 했지만, 승률이 20% 정도밖에 안 될 재능이었다”고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운동능력보다는 운동에 깊이 생각하려고 한다”며 “운동을 5년, 10년 해도 매번 중하위권인 선수들이 있는데 제가 느끼기엔 생각 없이 운동하는 선수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주먹을 뻗는 건 다 할 수 있지만, 기가 막히게 잘 치는 사람은 이유가 있다. 그 방법을 계속 생각하고 수천 번 수만 번 테스트를 한다”며 “깨닫는 순간이 오면 성장한다”고 말했다.
UFC 첫 경기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했다. 그는 “무에타이 때 너무 많이 져봐서 지는 거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웃으며 “무패도 언젠간 깨지게 돼 있다. 다만 지지 않으려고 준비한다. 지고 성장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경기에서 이기는 것만 목표로 하다 보면 높은 위치에 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