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를 통해 위조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무려 21년간 한국인 행세를 한 중국 국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유성경찰서는 위조 공문서 행사 혐의로 중국 국적자 A씨(41)를 붙잡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관할하는 만큼 경찰은 A씨의 신병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했다.
A씨는 지난 2002년 관광비자를 통해 입국한 뒤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이를 행사하고 불법으로 체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중국인인 A씨는 성인이 된 직후 한국에 넘어왔다. 아버지와는 어렸을 때 연락이 끊기고 어머니는 사망하는 등 당시 중국에 남은 연고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 들어온 뒤 그는 브로커에게 300만원을 주고 위조 신분증을 만들었다. 이후 21년간 일용직 등을 전전하면서 눈에 띄지 않게 생활해 왔다.
보수는 대부분 현장에서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생활비를 모두 현금으로 소비했기에 신용카드나 은행계좌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었다. 소득신고마저 잡히지 않았던 만큼 피해자는 자신의 명의가 도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는 월세 계약이나 보건이수증을 발급받아야 할 경우에 한해서만 마지못해 신분증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거짓된 한국인 생활은 개인정보의 원 주인인 피해자의 신고로 끝을 맞이했다.
세무서에 방문한 피해자가 본인 명의로 대전에서 발생한 소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A씨가 근무하는 세종지역 건설업체를 특정하고 현장에서 그를 붙잡았다. A씨가 근무하던 사업장의 사업주는 검거 직전까지도 그가 중국 국적자였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이번에 소득신고가 잡히는 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검거할 수 있었다”며 “불법체류자 중에는 현금만 받고 일용직을 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A씨의 경우 굉장히 오랜 기간 피해 다닌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