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한 동물을 안락사시킨 혐의로 기소된 동물권 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전 대표가 14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표는 “더 많은 동물을 구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하면서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심현근 판사)은 14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 우려가 없다며 박 전 대표를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표는 수용 능력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동물 구조에 열중하다가 공간이 부족해지자 일부 동물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타인 재산권과 개인정보 관련 법령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박 전 대표는 재판 과정 내내 “도살되는 동물을 최대한 구조하고 그중 10%를 인도적으로 고통 없이 안락사시켰다. 일반 가정에서 보살핌 받는 동물들을 안락사시킨 게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를 도와 동물을 안락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케어의 전 국장 A씨는 형이 면제됐다. 그는 2019년 케어의 구조동물 안락사 사실을 폭로한 당사자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점이 고려됐다.
박 전 대표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2019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박 전 대표는 동물보호소에 공간을 확보하고 동물 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2015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A씨를 시켜 구조한 동물 98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 외에 2018년 8월 15일 말복을 하루 앞두고 다른 사람 소유의 사육장 2곳에 무단으로 들어가 시가 130만원 상당의 개 5마리를 몰래 가져나온 혐의(절도·건조물 침입)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동물보호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부당한 판결”이라며 “2심에서 적극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간의 비난이 활동에 방해되기 때문에 안락사 사실을 숨긴 점은 반성한다”면서도 “안락사 행위 자체는 전체 동물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시민단체에 동물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소수 동물만 선별적으로 구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