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모 장례는 경조휴가 없다고? “남성중심적 차별”

입력 2023-02-14 15:16
게티이미지뱅크

친조부모 상사(喪事)에만 경조휴가와 경조금을 주는 사내 복리후생 제도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같은 조부모임에도 친가(아버지 혈족)와 외가(어머니 혈족)를 구분해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부계 혈통주의’에 기발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14일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의 진정 사례를 소개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회사가 직원의 친조부모가 사망했을 때만 경조휴가 3일, 경조금 25만원을 주고 외조부모상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차별이 아니냐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인권위 질의에 자체 인사위원회 의결에 따른 것이고, ‘의무사항’이 아니라 복리후생 차원이라 외가까지 확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추후 근로기준법을 검토해 개선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회사가 외조부모를 친조부모와 다르게 취급하는 행위는 부계 혈통주의 관행으로, 가족 상황·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민법 제768조는 직계혈족을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으로 정의하고 있다. 제777조 역시 친족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 등’으로 규정해 모(母)의 혈족과 부(父)의 혈족을 구분하지 않는다.

인권위는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가족의 기능·가족원의 역할 분담에 대한 의식이 뚜렷이 달라졌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부계 혈통의 남성 중심으로 장례가 치러질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