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차기 총재로 우에다 가즈오 전 도쿄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를 지명했다. 우에다 전 교수는 취임을 확정하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비(非) 재무성 출신 일본은행 총재가 된다.
일본 정부는 오는 4월 8일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후임으로 우에다 전 교수의 기용을 제안한 인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일본은행 총재와 부총재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의 동의를 통해 임명된다. 임기는 5년이다. 중의원과 참의원은 오는 24일 이후 일본은행 총재와 부총재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우에다 전 교수는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지냈다. 하지만 일본은행을 오랫동안 이끌어왔던 재무성 출신은 아니다. 일본 국회가 우에다 전 교수의 인사안을 통과시키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현대로 넘어온 일본은행에서 첫 학자 출신 총재를 배출하게 된다.
교도통신은 “일본은행과 재무성 외 인사로는 1969년까지 총재를 지낸 우사미 마코토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우에다 전 교수는 ‘일본의 벤 버냉키’로 설명되는 인물이다. 버냉키는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전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6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연준을 이끌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헬리콥터로 달러를 하늘에서 뿌린다는 의미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버냉키 전 의장과 우에다 전 교수는 모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재무장관 출신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런 우에다 전 교수의 이력을 앞세워 ‘일본의 버냉키’에 비유했다.
우에다 전 교수는 일본은행 신임 총재로 부임하면 달러화 강세 속에서 나타난 엔저 현상, 일본에서 이례적인 인플레이션의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 그는 총재 내정설이 떠올랐던 지난 10일 일본 언론에 “일본은행의 현재 정책은 적절하다. 금융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구로다 현직 총재 체제의 일본은행에서 시행되는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오랜 저물가와 국채이자 부담으로 엔저를 사실상 용인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체제에서 10년간 일본은행을 이끌어온 구로다 총재는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할 초저금리와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해 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