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리 걸려 넘어질 위기…광주 ‘서민의 발’

입력 2023-02-14 11:19

‘택시요금 오르고 마을버스 멈추고…’

광주지역 택시와 마을버스가 기본요금 인상을 추진하거나 재정난을 이유로 운행을 멈추면서 ‘서민의 발’이 돌부리에 채이고 있다. 지자체와 대표적 대중교통 수단인 택시·버스 업계가 힘겨루기하는 동안 고물가 시대를 맞은 서민들의 걱정만 커진 형국이다.

광주시는 14일 “지난해 택시요금 조정 타당성 검증 용역 결과에 따라 택시 2㎞ 기본요금을 현행 3300원에서 3800원~43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4000원으로 인상하는 게 유력한 분위기다.

시는 조만간 택시정책 심의위와 물가대책심의위를 거쳐 3월 중 택시요금 인상을 단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2019년 이후 동결된 택시 기본요금 탓에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며 최소한 4600원으로 기본요금을 인상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등 5개 관련 단체는 전날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요금이 4000원으로 찔끔 인상되면 택시업계는 집단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본요금 4600원 인상은 물론 야간할증 시간도 현행 오후 11시에서 10시로 1시간 앞당기고 할증률도 40%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된 택시업계의 잇따른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울과 인천은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렸다”며 “4000원은 다른 도시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권동규 광주시택시운송사업조합 총무국장은 “법인택시 1대 당 손익분기점은 매달 411만 원 수준인데 40%가 이를 채우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가 난 회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택시뿐만 아니다. 광주지역 교통오지를 오가는 마을버스는 연료비 급등을 못 이겨 줄줄이 멈춰 서고 있다. 광주 5개 자치구 중 동구를 제외한 4곳에 등록된 전체 12개 중 현재 정상 운행 중인 마을버스 노선은 6개에 불과하다.

연료비 폭등으로 고전 중인 마을버스 업체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후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150% 오른 데다 만성적 승객 부족으로 더 운행은 어렵다”며 운행을 포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평지·봉정마을, 광주송정역을 오가는 720-1번을 비롯해 701(석봉운수차고지~수완중)·713(남구 문화예술회관~계수)·714(소태 시외버스정류장~조선대)·763(월드컵경기장~천교) 마을버스가 운행을 잇따라 중단했다.

2022년 3월 운행을 시작해 1년도 되지 않은 799번(살레시오고~김대중컨벤션센터) 신설 노선도 지난 11일부터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1년간 임시휴업에 돌입했다.

마을버스가 멈추자 광산구와 북구 등은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을버스 노선 ‘교통약자’들을 위해 택시 이용권 지급을 늘리고 합리적 노선 조정 등에 나섰으나 재정난을 획기적으로 덜어줄 해법이 없어 역부족이다.

직장인 문정현(58) 씨는 “평소 마을버스를 자주 타고 시간에 쫓기면 택시를 이용하곤 하는 데 출퇴근에 지장을 받게 될까 봐 걱정이 크다”며 “물가상승에 따른 고충은 이해하지만, 먼지만 쌓이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