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4.8%(4228억원)를 사들이며 SM 인수 작업을 개시한 것을 두고 SM 내부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온라인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SM 라운지에서는 하이브의 SM 인수에 대한 SM 내부 직원들의 생각을 묻는 투표가 진행됐다. 지난 11일 개시된 투표는 ‘SM 현 경영진(이성수·탁영준)과 카카오’ ‘하이브와 이수만’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선호도를 물었다.
해당 투표에는 13일 오후까지 222명이 참여했는데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카카오’는 190표(85.6%)를, ‘하이브와 이수만’은 33표(14.9%)를 각각 받았다. SM 직원들은 현 경영진에 동조하고, 하이브의 SM 인수 시도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SM 직원들은 이번 사태로 자부심에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직원 A씨는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분명히 실적이 나아지고 있어 ‘다시 1등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분조차 모두 박탈당했다. 그동안의 전통과 역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라고 허탈해했다. B씨는 “SM이라는 이름 자체가 싫어질 지경”이라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하이브에 지분을 넘긴 이수만 전 프로듀서를 향한 원망 어린 반응도 쇄도했다. 직원들은 “SM 직원들이 이수만씨에게 딱 그 정도의 존재였나” “(이수만씨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 자기 욕심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 “SM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 10일 SM 대주주인 이수만씨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어 소액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주당 12만원의 공개매수(25%)까지 성공하면 하이브는 지분 39.8%를 확보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SM의 최대 주주가 된다. 이에 SM 현 경영진은 공동성명을 통해 하이브의 이 같은 행위를 적대적 M&A라고 정의하며 반발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