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악단의 정체성을 세우고 싶습니다. 그 일환으로 2024년 말쯤 한국의 음악적 초상을 담은 음반을 낼 계획입니다.”
다비트 라일란트(44)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국심) 예술감독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심만의 소리를 내는 전통을 가질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겠다. 어떤 작품을 만나더라도 음악적 해석과 연주에 부족함이 없도록 유연성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심은 지난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코심)’에서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했다. 1985년 민간 교향악단으로 창단된 코심은 1987년부터 국립오페라단·발레단·합창단 공연의 연주를 맡으며 국고 지원을 받다가 지난해 국립예술단체로 승격됐다. 동시에 7대 예술감독으로 첫 외국인 감독인 라일란트를 영입했다.
벨기에 출신의 지휘자 겸 작곡가인 라일란트 감독은 2018년부터 프랑스 메스 국립오케스트라와 스위스 로잔 신포니에타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이날 그가 밝힌 국심의 중점 사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한국 현대음악에 대한 오마주를 주제로 한 기획음반 녹음이다.
그는 “윤이상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가장 명망 있는 작곡가인 진은숙에 이르기까지 작곡가와 작품을 통시적으로 이어내는 시도를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 작곡 ‘악파’를 세계에 각인시킬 것”이라며 “한국이 문화 전반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과가 작곡 영역에서도 충분히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요즘 한국 작곡가들은 높은 잠재력으로 서구에서도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작곡가들의 역량과 창조력을 부각하는 것이 ‘국립’ 악단으로서 미션이다. 세계 음악사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시간적으로 정리하고, 한국 음악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국심은 오케스트라 음악을 구성하는 세 축인 ‘연주자, 작곡가, 지휘자’의 성장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연주자를 키우는 KNSO 국제아카데미, 작곡가 육성을 위한 작곡가 아틀리에, 국내 지휘자 육성을 위한 지휘자 워크숍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열린다. 또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 청각 장애인을 위한 음악 캠프 등 다양한 활동도 기획하고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