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거절해? 내일부터 혼날 준비해”… 막가는 ‘구애 갑질’

입력 2023-02-12 17:23

직장인 10명 중 1명 정도는 직장에서 원하지 않는 상대방으로부터 지속적인 ‘구애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4~2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11%가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14.9%)이나 비정규직(13.8%)인 경우 이러한 상황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단체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원치 않는 구애는 직장에서의 위계관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중소규모 회사에 다니는 A씨는 “대표가 주말에 연락하고, 단둘이 회식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연락을 피하자 대표가 ‘업무 외 시간에 연락을 받지 않는 건 태도 불량이다.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상사에게 불편함을 표현하거나 사적 만남을 거절했다가 업무적으로 괴롭힘을 당해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도 있었다. 신입사원 B씨는 “같은 부서의 상사가 술만 마시면 내가 본인을 꼬셨다고 소문을 낸다. 대꾸를 안 했더니 ‘네가 날 거절했으니 내일부터 혹독하게 일하고 혼날 준비를 하라’고 했다”며 “계속 일할 자신이 없어 그만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단체는 회사 내 원치 않는 구애가 스토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상사-후임 간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사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정 노무사는 “여성 동료를 동등한 주체로 대우하는 인식을 높이고, 원치 않는 구애가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구애 갑질’이라는 사회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