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불만을 품고 있던 동료 교사를 모함하기 위해 재학 중인 여학생에게 ‘성추행 허위 진술’을 강요한 고등학교 교감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에서 감형된 것이다.
광주지법 형사3부(부장판사 김태호)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강요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2월 전남 한 고교 교감으로 재직하며 사이가 좋지 않은 동료 교사 B씨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B씨가 ‘여학생의 팔짱을 끼고 어깨동무를 한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A씨는 재학생 C양에게 B씨가 학생들을 성추행한다는 자필 쪽지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C양을 찾아가 “B씨를 주의시키려는데 말로만 하면 부인하니 경각심을 주려면 학생의 글씨체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이에 C양이 거부하자 “비협조적이면 너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 다음 달 장학금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저소득층 대상 외부 장학금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C양은 무고한 B씨를 모함했다는 죄책감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전학을 고민했다. 그는 자해까지 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기도 했다.
A씨는 결국 C양에게 B씨에 대한 허위 증언을 여러 차례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고교 교감인 A씨가 학생에게 선생님을 무고하는 쪽지를 작성하게 해 죄질이 좋지 않다. 피해자는 죄책감과 불안감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항소심에 이르러 학대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교감으로서 학교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제자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