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화생명e스포츠 대 브리온전에서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는 미드라이너들의 아이템 트리다. 이날 양 선수는 빠르게 2티어 신발을 갖췄다. 또한 ‘제카’ 김건우는 미드라이너들이 아지르를 플레이할 때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마법사의 신발(마관신)’이 아닌 ‘명석함의 아이오니아 장화(쿨감신)’를 이날 세 번의 세트 내내 샀다.
그동안 미드라이너들 사이에선 1300골드로 주문력(40)과 마나(300), 스킬 가속(10)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사라진 양피지(양피지)’를 빠르게 뽑고, 이어서 신화급 아이템을 1코어로 올리는 게 일반적인 빌드처럼 여겨져왔다. 그런데 이날 김건우는 양피지→쿨감신→신화급 아이템(1·2세트), 쿨감신→양피지→신화급 아이템(3세트) 순으로 샀다.
브리온전 이후 김건우를 만나서 최근 경기 양상과 그에 따른 아이템 트리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김건우는 ▲빠른 바텀 교전 합류 ▲상대 스킬 회피에 따른 라인전 주도권 확보를 빠른 신발 구매의 이유로 들었다. 바텀라인의 중요성이 커지자, 선수들이 메타에 따른 최선의 플레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메이지 아이템 트리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프로 수준의 게임에선 정글러와 바텀 듀오 간 3대3 교전이 몹시 중요해졌다. 김건우는 미드라이너로서 이 교전에 조금이라도 더 영향을 끼칠 필요가 있다고 보는 듯했다. 그는 “바텀 3대3 교전이 많이 일어나는 추세인데, 미드가 메이지를 고르면 빠르게 합류하지 못하곤 한다”면서 빠른 신발 구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인전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도 2티어 신발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메이지끼리 1대1 싸움을 할 때 신발을 먼저 사면 라인전 구도에서 유리하다. 스킬을 많이 피할 수 있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메이지 매치업에서 빠르게 2티어 신발을 사고, 이동 속도를 활용해 딜 교환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비디디’ 곽보성이 예전부터 즐겼던 플레이이기도 하다.
김홍조는 이날 1세트 때 사라진 양피지보다 쿨감신을 먼저 샀다. 같은 아지르 대 빅토르 대결이 3세트 때 다시 이뤄지자 이번엔 김건우도 선 쿨감신으로 대응했다. 김건우는 “원래는 양피지를 먼저 샀는데, 최근 연습 경기부터 오늘 경기까지 치러보니 먼저 신발을 사는 게 기동력 측면에서도, 라인전 측면에서도 좋더라”라고 전했다.
마관신이 아닌 쿨감신을 선택한 이유로는 ‘가성비’를 들었다. 그는 “마관신을 바로 살 수 있다면 살 테다. 하지만 첫 귀환에서 300골드로 ‘장화’를 사고, 다시 귀환했을 때 보편적으로 살 수 있는 신발이 쿨감신”이라면서 “가성비가 좋아서 사게 된다”고 밝혔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