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나라 신학대들은 큰 위기에 처해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이 교육에 있다는 점에 착안, 영성에 토대를 둔 실천지향적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교단 신학대학교의 2023학년도 정시 모집 결과에 따르면,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와 장로회신학대학교(김운용 총장)를 제외한 모든 신학대가 1점대 경쟁률 또는 정원 미달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신대와 장신대의 올해 정시 경쟁률은 각각 4.25:1, 3.63:1이었다. 서울신학대, 한신대, 성결대 등은 가까스로 1점대 경쟁률을, 칼빈대, 목원대, 고신대, 협성대 등은 정원 미달이었다.
국내 신학대들이 위기를 겪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임석순 회장)가 10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신촌성결교회(박노훈 목사)에서 ‘신학교육의 현황’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월례회에서는 신학대 및 신학교육의 문제가 첫손에 꼽혔다. 이후정 감리교신학대 총장은 “교단 분열로 인해 신학대가 난립하면서 전반적으로 목회자 양성 과정의 질적 저하가 나타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목회 현장과 유리된 이론 중심의 교육, 영성 및 인성에 기반한 교육의 약화 등이 신학대 무용론을 불러일으키는 병폐”라고 덧붙였다.
인구 감소 및 한국교회 신뢰 하락에 따른 교회학교 학생 수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경우 지난 10년(2012~2022년)동안 교회학교 내 초등학생은 36.7%, 중고등학생은 38.9% 감소했다. 예장 통합 관계자는 “교회학교의 학생들은 신학교 진학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예로부터 교회학교 출신이 신학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교회학교 규모 자체가 축소되면서 신학대가 악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학대가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 과정의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분리 현상을 넘어 ‘통전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운용 장신대 총장은 “(현재 신학교육에선) 이론과 실천의 분리, 학문과 상황과의 분리, 교회와 세상과의 분리 현상이 만연하는 등 신학은 사라지고 그 하위구조로 뿔뿔이 나눠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파편들을 하나로 종합해 신학교육과 목회 현장 간의 일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신학교육이 ‘실천지향적’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총장은 “지적 호기심 만족이나 단순한 학술 탐구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목회자 양성과 목회역량 함양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이는 실용적 직업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목회 지향적, 실천 지향적인 현장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학교육이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및 교제라는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분석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영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막무가내로 주입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전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지식’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