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납품 지연’ 악용 150억 뜯은 대표 감형

입력 2023-02-10 18:13
국민일보DB

대기업에 제때 부품을 납품하지 못하면 막대한 손해를 보는 점을 악용해 1차 협력업체를 협박, 총 150억원 상당을 챙긴 2차 협력업체 대표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부산고법 울산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해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갈·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던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자동차 2차 협력업체 대표인 A씨는 2020년 6월 “매출 하락 등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 손실금을 보상해 주지 않으면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1차 협력업체 B사 등 3곳을 협박해 150억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사 등으로부터 자동차 부품 제작에 사용되는 금형 총 220여개를 받았다. 이 금형으로 부품을 만들어 다시 B사 등에 납품해왔지만 2020년 6월 매출 하락으로 폐업했다.

A씨는 1차 협력업체들이 제때 부품을 납품하지 못해 대기업 생산 라인이 중단될 경우, 분당 100만원의 손해배상은 물론 향후 입찰에도 배제돼 회사의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B사 등 3곳 업체 대표 등이 금형을 찾기 위해 A씨 공장을 찾아갔지만, A씨는 “150억원을 주지 않으면 금형을 반환하지 않겠다”며 용역과 바리케이드를 동원해 공장 출입문을 막았다.

이에 B사 등 3곳은 원청인 현대자동차에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결국 150억원을 A씨에게 지급하고, 금형을 되찾았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은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항소심 과정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1차 협력업체로부터 부당한 단가 인하, 재고 전가 등 피해를 봤다는 생각에 범행한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