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열병식이 진행되는 공식 석상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됐다. 김 위원장은 해맑게 웃으며 김주애의 팔을 어루만진다. 이를 두고 김주애가 ‘백두혈통’임을 과시하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75주년 열병식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동지께서 사랑하는 자제분과 이설주 여사와 함께 광장에 도착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김주애는 아버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김주애의 모친이자 김 위원장의 배우자인 이설주는 한 걸음 정도 떨어져 부녀 뒤를 따랐다.
이날 오후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열병식 영상에는 김 위원장과 김주애의 더 친밀한 모습이 나온다. 아버지와 함께 주석단에 오른 김주애가 아버지의 얼굴을 스스럼없이 만지고 양쪽 뺨을 쓰다듬은 것이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화답한다. 이어 김주애는 장병들이 행진하며 “백두혈통 결사옹위”를 반복해 외치는 것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열병식 본행사가 열리기 전 연회실에서도 호화로운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는 김주애가 한손으로 김 위원장을 볼을 스다듬는다. 김 위원장은 북한 지도자의 근엄한 모습보다는 영락없는 ‘딸바보’ 아버지의 모습이다.
김주애는 최근 공식 석상에 나타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 18일 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과 26일 ICBM 개발과 발사 공로자와 기념사진 촬영 행사에 이어 지난달 김 위원장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을 둘러보는 현장, 지난 7일 건군절 75주년 기념 연회 등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북한 매체들은 김주애를 향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극존칭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8일(현지시간) “김정은이 중학생 딸을 후계자로 내세우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김 위원장이 일찌감치 후계자의 정체를 드러내고 4대 세습을 암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김주애가 후계자임을 결론 내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한편 통일부는 “후계 구도는 이른 감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