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과 손잡은 하이브… 인수 공시에 SM 16% 급등

입력 2023-02-10 15:09 수정 2023-02-10 15:41
이수만(왼쪽)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국민일보 DB

K팝을 상징하는 두 엔터테인먼트사의 ‘빅딜’이 증권시장을 흔들고 있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 하이브는 한국 가요계 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BTS)을 톱 아티스트로 육성한 기업이다. SM은 K팝을 세계적 콘텐츠로 성장시킨 원류로 평가된다. 이제 BTS NCT 에스파 르세라핌이 한 울타리에서 활동한다.

하이브는 10일 SM 대주주 겸 전 총괄 프로듀서인 이수만씨의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일자는 다음달 6일이다. 이씨의 지분율은 18.46%로, 하이브는 이 거래로 SM 1대 주주가 될 수 있다.

앞서 SM 이사회는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제3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확보했다. 이씨의 지분율은 유상증자 이후에 줄어들어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이때 하이브가 이씨와 손을 잡고 1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BTS,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뉴진스, 르세라핌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 에스파는 SM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을 한 울타리에 넣는 것만으로도 기업 가치를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시가총액 약 8조1000억원대인 하이브와 2조7000억원대인 SM의 시가총액만 합산해도 11조원에 달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혹은 매출액에서 3000억원 이상의 기업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15% 이상 취득할 경우 기업결합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이브가 취득하는 이씨의 지분율은 기준에 미달하는 만큼 기업결합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양사의 기업결합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지는지를 살펴볼 가능성은 열려 있다.

SM은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코스닥시장에서 16.45%(1만6200원) 급등한 11만4700원에 마감됐다. 반면 이씨의 지분 인수 자금으로 거액을 들여야 하는 하이브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51%(3000원) 하락한 19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