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횡령’ 윤미향, 1심 벌금 1500만원…의원직 유지

입력 2023-02-10 14:57 수정 2023-02-10 16:51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활동 당시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활동 당시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게 1심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10일 보조금 관리법 및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 정의연 이사 A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윤 의원은 의원직 상실형은 피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윤 의원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와 정의연 이사장을 맡으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후원금 등 1억여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정부·지자체를 속여 보조금 3억6000여만원을 받고 치매 증세가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속여 792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증여케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6일 결심공판에서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윤 의원의 혐의 중 업무상 횡령 혐의만 일부 유죄로 보고 나머지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윤미향 의원이 10일 서부지법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개인계좌에 보관한 1700여만원을 57회에 걸쳐 임의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자신만이 사용처를 알 수 있게 했지만 보관 자금을 모금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고 그 외 사용을 금지한다고 볼만한 내부규정 등이 확인되지 않아 관련 활동과 사용처를 정대협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사용했다면 고의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부금품법 위반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했다거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지자체 보조금 부정 수령 혐의에도 “기망 및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아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심신장애가 있는 길원옥 할머니를 속여 기부하도록 한 혐의 역시 무죄를 선고하며 “할머니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할머니의 기부행위 대부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으며 대부분 제3자 기부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정의연) 기부금 사업 목적이 강제징용 피해자 할머니에 한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안성쉼터도) 영리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대협은 십시일반 모은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단체로 누구보다 공공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었는데 피고인들이 기대를 저버렸다”며 “정대협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영향력을 생각할 때 피고인의 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모금한 돈 상당 부분을 정대협 운영에 사용했고 횡령할 목적으로 개인 계좌에 돈을 모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열악한 상황에서 30년간 활동하며 위안부 할머니 피해 회복에 기여했으며 국내 여러 활동가가 선처를 호소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 이후 윤 의원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며 “검찰이 1억원 이상 횡령했다고 본 부분에서 극히 일부인 1700만원만 유죄로 인정됐지만 그 부분도 횡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은 항소 절차를 통해 그 부분도 충분히 소명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