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지난해 폭락을 올해 들어 되돌려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다. 10일(한국시간) 마감된 미국 나스닥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3%(6.03달러) 상승한 207.32달러에 도달했다. 8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고, 지난달 7일 마감 종가로 기록한 101.81달러의 52주 신저가보다 103.6%나 급등했다. 다음달 테슬라 투자자의 날에서 공개될 ‘마스터 플랜 3’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1. 테슬라 [TSLA]
테슬라는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한국 투자자, 이른바 ‘서학 개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기업이다.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량에서 매월 1위를 놓치지 않는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를 보면, 서학 개미들이 지난달 테슬라를 사들인 금액은 13억528만 달러(약 1조6500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달 들어서도 매수액 6억3000만 달러(약 7960억원) 이상으로 1위다. 올해 들어서만 매수액이 2조원을 넘겼다.
다행히 이 기간에 테슬라 주가는 2배 이상 올랐다. 테슬라는 지난 9일 200달러를 탈환하고도 이날 상승세를 유지했다. 테슬라가 마감 종가로 200달러를 되찾은 건 지난해 11월 5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그해 12월 31일 마감 종가로 찍은 123.18달러와 비교하면 테슬라의 올해 상승률은 68.3%다.
테슬라는 지난해 내내 이어진 악재를 끊고 올해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상회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부터 급격하게 상승했다. 당시 테슬라의 분기 매출은 243억2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19달러로 집계됐다. 여기에 올초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으로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지탱했다.
테슬라 투자자들은 현지시간으로 다음달 1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본사에서 개최되는 ‘투자자의 날’ 행사를 바라보고 있다. 테슬라는 이 행사에서 장기 계획으로 ‘마스터 플랜 3’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월스트리트 일각에서 테슬라가 200달러 저항선, 225달러 주변 200일 이동평균선에 연달아 부딪혀 하방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기술적 분석도 나온다. 미국 투자분석업체 22V리서치의 존 로크 선임 매니징디렉터는 “테슬라가 200달러 저항선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해 11월 붕괴된 지지선”이라며 “과거의 지지선은 종종 새로운 저항선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말대로면 이미 200달러를 넘은 지금의 구간이 저항선이다.
2. 알파벳 A [GOOGL]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인공지능(AI) ‘바드’에 대한 실망감으로 연이틀 급락했다. 이날 나스닥거래소에서 4.39%(4.36달러) 하락한 95.01달러로 밀렸다. 지난 9일 100달러까지 7.44%(8.04달러)나 급락한 뒤에도 주가를 만회하지 못했다. 이틀간 낙폭은 12%나 된다.
구글은 지난 8일 프랑스 파리에서 행사를 열고 검색, 지도, 번역에 AI를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그 과정에서 검색 기능에 탑재할 AI 바드를 시연했지만, 실망감만 안겼다. 바드는 시연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을 9세 어린이에게 어떻게 설명할까”라는 질문을 받고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 찍는 데 사용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 촬영한 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아닌 2004년 유럽남방천문대의 VLT(Very Large Telescope·초거대 망원경)다. 바드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바드의 오답은 AI와 검색엔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구글의 시장 점유율을 후발 주자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그 우려가 주가 하락으로 나타났다.
바드는 지난 6일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가 블로그에 “수주 안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대화형 AI다. 구글에서 오랫동안 개발해온 AI 람다 기반으로 설계됐다. 구글이 바드를 서둘러 공개한 배경을 놓고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에서 개발된 대화형 AI ‘챗GPT’를 의식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한 미국 하드·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7일 자사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장착했다.
3. 코인베이스글로벌 [COIN]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글로벌은 이날 14.13%(9.81달러) 급락한 59.63달러에 마감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지 2위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에 거액의 벌금을 물리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고, 코인베이스 주가도 덩달아 밀렸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크라켄이 미등록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SEC와 벌금 3000만 달러(약 380억원) 부과와 스테이킹 중단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스테이킹은 암호화폐를 블록체인에 예치한 뒤 보상하는 방식이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