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증권사 ‘주가조작 선수’ 등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을, 일부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지만, 시세 차익 추구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우회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자 2010∼2012년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와 ‘부티크’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이들은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가장·통정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 522회, 고가매수·허위매수·시종가관여 7282회 등을 통해 시세를 조정했다. 2000원대 후반의 주가를 8000원대까지 올려 106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6일 결심 공판에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50억원을 구형했다. 81억여원의 추징 명령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과정에서는 공소시효가 쟁점으로 꼽혔다. 검찰은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 7일로 적시했다. 이 기간 동안 5단계 시세조종 행위를 모두 ‘하나의 범죄’로 규정했다.
반면 권 전 회장 측은 시세조종 행위가 있더라도 단계별로 각각 따져야 한다고 맞섰다. ‘자본시장법’상 이 사건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검찰 해석대로 3년간의 범죄를 하나로 보면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이 끝난 시점(2012년 12월 7일)이다. 그러나 권 전 회장 주장대로라면 1단계(2009년 12월~2010년 9월), 2단계(2010년 9월~2011년 4월), 3단계(2011년 4~10월) 범행은 공소시효가 끝나 죄를 묻지 못한다.
법원은 이 가운데 1단계 전부와 2단계 일부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면소로 판결했다.
이번 선고로 김 여사 수사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 의혹을 사고 있다.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들에게 주식조종을 위해 대규모 현금과 주식, 계좌를 넘겼는데 여기에 김 여사의 계좌도 포함됐다. 김 여사는 2009년~ 2017년까지 도이치모터스 계열사 증권을 사는 등 권 전 회장과 거래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