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질문 200쪽, 또 ‘진술서 갈음’?…李, 대장동 2차 출석

입력 2023-02-10 07:1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대장동 관련 1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한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검찰에 출석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날 이 대표를 업무상 배임·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소환 조사한다. 지난달 28일 1차 조사 후 13일 만이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오전 11시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할 예정이다.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 앞에서 간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장 정책비서관 등이 민간업자들에게 위례·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성남시 내부 비밀을 흘려 수천억원대 이익을 챙기게 한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장동 의혹 2차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민간업자들은 대장동 사업에서 7886억원, 위례신도시 사업에서 211억원 등 부당 이득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성남시 측은 대장동 사업에서 1822억원의 확정 이익 외에 추가 이익을 얻지 못해 거액의 손해를 떠안았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각종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만큼 측근들의 기밀 유출을 승인했거나 최소한 묵인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그 대가로 민간업자들로부터 정 전 비서관 등을 통해 각종 선거 지원이나 자금을 조달받은 것으로 본다.

이 대표는 1차 조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하는 서면 진술서를 제출한 뒤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은 1차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를 바탕으로 200쪽이 넘는 질문지를 준비해 2차 조사에 나선다. 이 대표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결재한 문서 등을 제시하며 그가 직접 한 ‘행위’들을 집중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대장동 관련 1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는 길에 입장문을 읽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진술서에서 해명하지 않은 천화동인 1호 배당금(428억원) 약정 의혹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인지했는지 여부도 따져 물을 방침이다. 다만 최근 본격 수사가 시작된 백현동·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대표는 이번에도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고 ‘1차 조사 때 제출한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진술만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관유착에 의한 뇌물 등 특혜 비리 사건과 관련해 최종 결정권자로서 책임 있게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조사는 조서 열람까지 포함해 밤 12시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