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테너가 부르는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 어때요?

입력 2023-02-10 05:00

카운터테너는 남성 최고 음역인 테너를 넘어 여성 음역대에 해당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남성 성악가를 의미한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14세기 단성음악에서 다성음악으로 발전할 때 등장했다. 카운터테너는 흔히 영화 ‘파리넬리’로 잘 알려진 카스트라토와 비교되기도 한다.

카스트라토가 물리적 거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고음의 목소리를 유지했다면, 카운터테너는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을 소화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카스트라토는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 큰 인기를 얻었지만 19세기 이후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선호하면서 점점 쇠퇴하게 됐다. 특히 유럽 각국에서 인위적으로 카스트라토를 만드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카운터테너는 오페라와 성악곡들의 시대연주로 남성 고음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바로크 시대 카스트라토는 물론 소프라노가 맡았던 역할까지도 소화하고 있다.

올봄 한국에서 카운터테너가 부르는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들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잇따라 열린다. 오는 16일 경기 군포, 17일 경북 안동 그리고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세 카운터테너 내한공연 그리고 3월 5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와 앙상블 아르타세르세의 내한공연이다.

이번에 처음 내한하는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극장과 왕실 예배당에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다.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극장은 1685년 건립됐으며, 베르사유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1770년 전속 악단으로 창단됐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오페라극장은 연회와 토론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1957년 오페라 극장의 원형이 복원된 이후 바로크 오페라를 중심으로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내한 콘서트에서는 17세기 작곡가 아리오스티의 ‘베스파시아누스’ 서곡을 시작으로 바로크 대표 오페라 작곡가인 헨델, 비발디, 포르포라 등의 오페라 아리아들이 소개된다. 한국 출신 정시만, 베네수엘라 출신 사무엘 마리뇨, 영국 출신 휴 커팅 등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카운터테너 3명이 무대에 선다. 지휘는 음악감독 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플레브니악이 맡는다.

세계적인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는 소프라노 에뫼케 버라트, 앙상블 아르타세르세가 함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선보인다. 지난 2014년 첫 내한 공연 이후 9년 만인 이번 무대에선 그리스 신화의 음유시인인 ‘오르페우스’를 주제로 한 다양한 오페라 아리아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루스키와 버라트는 각각 오르페우스와 그의 연인 에우리디케를 맡는다. 17세기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몬테베르디, 로시, 사르토리오 등의 오페라 ‘오르페’'를 재조합해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프랑스 출신의 자루스키는 순수한 고음과 풍부한 중음, 표현력을 두루 갖춘 성악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리고 헝가리 출신의 버라트는 인스부르크 체스티 콩쿠르 1위 등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세계 음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