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떨고 있니”…광주 산하기관 통폐합 갈등 우려

입력 2023-02-09 11:34

오는 4월 광주시 산하기관 조직진단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소모적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민선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지만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한 민선 8기에는 더 도드라질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9일 “노사민정 대타협 산물인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의 명맥을 끊는 광주상생일자리재단 통합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앞서 7일 노사민정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일자리재단을 광주경제고용진흥원에 흡수한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는 옹졸한 정책으로 노사상생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치명적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역본부는 “광주형 일자리의 구심점인 일자리재단을 불과 1년여 만에 없애려는 발상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노총과 민선 7기 광주시 집행부가 문재인 정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닌 끝에 만든 재단의 문을 하루아침에 닫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재단은 광주형 일자리 발굴과 합리적 노동정책을 통한 노사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출범했다. 제1호 광주형 일자리를 실현한 완성차 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 가동을 계기로 탄생한 이 재단은 전국에서 유일한 노동정책 전문재단이다. 전체 정원이 21명이지만 현재 1급 본부장을 포함한 10여 명이 공석이다.

일자리재단 김동찬 초대 대표이사는 “설립 1년도 되지 않았는데 경영평가를 하고 통폐합 심사대상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일자리 창출과 기업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만큼 여유를 갖고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시는 행안부가 지난달 개정한 ‘지방 출자·출연기관 설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산하 출연기관 9곳의 통폐합 여부를 신중히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는 최소 28명 이상의 조직을 갖춰 출연기관을 설립·운영하고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연구·용역이 아닌 현안사업에 편성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래야만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경제·문화 진흥 등을 내세워 ‘위인설관’이나 다름없는 출연기관을 세우고 예산을 함부로 사용하는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광주시 산하 공사·공단 4곳, 출연기관 19곳, 출자기관 1곳, 재단·사단법인 9곳 등 33곳의 산하기관 중 조직 기준에 못 미치는 기관은 광주관광재단, 광주디자인진흥원, 광주영어방송, 과학기술진흥원, 국제기후환경센터, 광주평생교육진흥원, 한국학호남진흥원, 광주사회서비스원, 광주상생일자리재단 등 9곳이다.

이에 따라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다수의 기관 종사자들은 “혹시라도 통폐합 대상이 된다면 쫓겨나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만한 경영을 막는다는 그럴싸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일선 지자체에서는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등 산하기관 조직진단이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되는 현실이다.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선거 과정에서 공을 세운 측근들을 기용하기 위한 ‘물갈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잦다.

중복·유사 기능 재조정과 협업사업 강화 방침에 따라 통폐합 대상으로 꼽히는 관련 기관 등의 반발과 노동계 등 지역사회의 혼란을 불러올 공산이 큰 이유다.

실제 광주시 주변에서는 기능이 중복되는 7~8개 기관을 다른 곳과 통폐합하는 중폭안과 3~4개 기관을 없애는 소폭안이 제시돼 강기정 광주시장의 결재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시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 혁신을 전담하는 광주전략추진단을 신설하고 산하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조직진단과 기능 효율화 용역을 추진 중이다. 전략추진단은 4월 중 용역 결과를 토대로 혁신안을 만들고 공론화 작업을 거쳐 산하기관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산하기관은 오로지 시민 편익 증진을 위해 존재한다”며 “혁신의 대상이 아닌 혁신의 주체가 돼 함께 머리를 맞대 달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