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부가 파파고 이용해 한국어 번역상 수상… 번역원 “제도 보완 필요”

입력 2023-02-09 11:02

일본의 40대 주부가 인공지능(AI) 번역기 ‘파파고’를 활용한 번역으로 국내 번역상을 수상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상을 운용하는 한국문학번역원은 제도적 보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9일 번역원에 따르면, 일본인 마쓰스에 유키코씨는 한국 웹툰을 일본어로 번역해 지난해 12월 열린 ‘2022년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에서 웹툰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해당 부문은 지원자가 제시된 과제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해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쓰스에씨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일본어로 번역하며 네이버의 AI 기반 번역기 파파고를 사용했다. 마쓰시에씨가 한국어에 서툴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AI 번역에 의한 번역상 수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마쓰시에씨는 “작품을 통독한 뒤 보다 정확한 번역을 위해 파파고를 사전 대용으로 사용했으며, 작품의 흐름에 맞춰 가독성 등 세부수정을 가해 번역을 완료했다”면서 “AI 초벌번역이라는 인식은 해본 적이 없다”고 번역원에 설명했다.

또 자신이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수준은 아니라며 10년 전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고, 응모 당시에도 한국어 수업을 수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번역상에 응모한 계기도 한국어 교사가 웹툰 정도는 충분히 번역이 가능할 것 같다며 권유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번역원은 이번 수상 논란에 대해서 “AI 번역의 가능성과 수용 범위 등에 대해 공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번역신인상의 경우, 신진번역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에 맞게 ‘AI 등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력의 번역’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수상작은 관련한 확인 절차를 밟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