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이 해외 유수의 공연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엔톡 라이브 플러스(NTOK Live+)’를 오는 24일부터 3월 5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상영한다.
이번 엔톡 라이브 플러스에서는 영국 국립극장 엔티 라이브(NT Live)의 ‘시련’과 네덜란드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 이타 라이브(ITA Live)의 ‘더 닥터’를 국내 최초로 소개하고,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즈 파테 라이브(Pathé Live)의 ‘타르튀프’를 재상영한다. 각각 세계적인 대문호 아서 밀러, 아르투어 슈니츨러, 몰리에르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당대의 금기와 시대적 이데올로기에 도전한 희곡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담론을 던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시련’은 지난해 11월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최신작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아서 밀러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집단 광기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생히 그려낸다. 연출가 린지 터너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절제된 우아함이 돋보이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의 에린 도허티가 애비게일 윌리엄스로, ‘예르마’의 브렌달 코웰이 존 프락터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현대 사회의 수많은 사건을 상기시키며 살아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시련’은 2월 24일, 3월 1일, 3월 5일 총 3회 상영한다.
지난해 9월 국립극장 첫 상영 당시 감각적인 연출과 세련된 무대 미학으로 호평받은 파테 라이브 ‘타르튀프’는 반년 만에 재상영된다. 코메디 프랑세즈와 세계적인 연출가 이보 반 호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몰리에르 탄생 400주년 기념작으로 1664년 초연 이후 역사 속에서 사라진 ‘타르튀프’ 오리지널 버전을 복원했다. 신실한 성직자로 위장한 타르튀프가 그를 맹신한 부르주아 오르공의 가정을 파탄 내는 이야기를 그린 ‘타르튀프’는 종교인의 위선을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을 우둔하게 만드는 맹목적 믿음에 신랄한 경고를 던진다. 프랑스 대문호 몰리에르에게 영광과 수난을 동시에 선사한 문제작 ‘타르튀프’는 2월 25일, 3월 3일 총 2회 상영한다.
이타 라이브 ‘더 닥터’는 문학계의 프로이트라 불리는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희곡 ‘베른하르디 교수’를 재해석한 연극이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탁월한 연출가 로버트 아이크가 각색하고 연출했다. 아이크는 유대인 병원장을 둘러싼 반유대주의 사건을 다룬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 배경을 현대로 옮기고 주인공 의사를 여성으로 바꿨다.
작품은 임신중절 후유증으로 죽어가는 소녀에게 병자성사를 하려는 신부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를 가로막는 의사의 대립으로 시작된다. 종교와 과학을 대변하는 이들의 논쟁은 성별‧민족‧인종‧계급 갈등까지 확장되며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도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을 강조한다. 주인공 뤼트 볼프 역을 맡은 야니 호슬링아의 열연이 돋보이는 ‘더 닥터’는 2월 26일, 3월 2일, 3월 4일 총 3회 상영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