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계획을 언급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치전에 들떴다. 국회에도 공공기관과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이전 기관 조차 확정하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주무부처임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이전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5일 충청북도 청사에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를 만나 “수도권 지역의 공공기관 지역 이전이 올해부터 가시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는 162개 공공기관이 있다.
비수도권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발 빠르게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농협 본사를 전라남도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각각 산업은행과 한국은행의 본사가 서울에 위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4월 한국수출입은행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각 지자체 유치전은 더욱 본격적이다. 부산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수협중앙회 등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원도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농협 등 32개 공공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선정했다. 충청남도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대한체육회 등과 국방 분야 기관 유치에 나섰다. 대전은 방위사업청 이전을 확정지은데 이어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대구도 기업은행,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18개 공공기관 유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같은 국회와 지자체 속도에 맞추지 못 하고 있다. 국토부는 2차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아직 선정하지 않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해서는 이전 대상 선정이 최우선이다. 이전 대상으로 선정된 후 각 기관이 주무부처와 협의해 이전 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하고, 균형위 심의를 거쳐 국토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의 근거인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공공기관 명단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9일 “이전 대상을 선정할 때는 해당 자료가 필요하겠지만 현재는 그와 같은 단계에 이르지 못 했다”며 “내부 검토 중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상반기 중 2차 지방 공공기관 전략을 세우겠다고 지난달 3일 2023년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이전 원칙 및 대상 선정 기준 등을 상반기 안에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반기에는 신속한 이전이 가능한 임차기관부터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논의할 협의체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