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채 숨진 초등생…친부·계모 “때렸다” 혐의 일부 인정

입력 2023-02-08 18:09 수정 2023-02-08 18:11
온몸에 멍든 채 숨진 초등학생 A군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현관에 8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2살 초등학생의 친부와 계모가 체포된 지 하루가 지난 8일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체포된 친부 A씨(40)와 계모 B씨(43)는 이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망 당일) 아이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A씨 부부는 전날 인천시 남동구 자택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 C군(12)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A씨는 체포 당일 오후 1시44분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C군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C군의 몸에서는 멍 자국이 여러 개 발견됐다. C군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홈스쿨링을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아 교육당국이 집중관리하던 학생으로도 조사됐다.

A씨 부부는 경찰에 붙잡힌 뒤 초기 조사에서 “몸에 있는 멍은 아이가 자해해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어진 경찰의 추궁 끝에 진술을 번복했다. 이들은 다만 “훈육 목적으로 아이를 때렸을 뿐”이라며 “학대인지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를 때린 구체적인 횟수와 방식, 도구를 사용했는지 여부 등은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아울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C군의 시신을 부검한 뒤 “사인을 알 수 없다”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국과수는 “아이의 몸에서 다발성 손상이 확인되지만, 직접 사인은 정밀검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씨 부부가 C군을 학대한 정황을 일부 확인한 경찰은 9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추가 정황 확인을 위해서는 이웃주민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온몸에 멍든 채 숨진 초등학생 A군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테라스가 8일 나무 데크 등으로 리모델링돼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C군 가족이 살던 아파트 주민들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아파트 테라스 등을 잘 꾸미고 살아서 부자가 이사왔나 생각했을 뿐,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이런 안타까운 일이 생겨 너무 마음 아프다”고 털어놨다.

일부 주민은 비쩍 마른 몸으로 혼자 분리수거를 하던 C군을 보며 혀를 차본 경험들을 어렵지 않게 기억했다. 한 아파트 주민은 “한겨울에도 얇은 옷만 걸치고 나와 있던 마른 몸의 C군을 본 적이 있다”며 “친부모 밑에서 크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C군이 가족과 동떨어진 아이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 이웃주민은 “C군이 다른 두 딸과 달리 엄마에게 ‘어머니’라고 극존칭을 썼다”며 “당시에는 입양을 했나, 어디서 데리고 왔나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했다”고 떠올렸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