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전체 임원 가운데 10명 중 9명 이상이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것은 물론 보수색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보다도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이다. 증권업계가 매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을 외치지만 아직 고용 부문에서 성평등을 이루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7일 국민일보가 국내 10대 증권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여성 임원(미등기임원 포함) 재직 비율이 7.0%로 집계됐다. 총 542명의 임원 가운데 504명이 남성이었고 여성은 38명에 불과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7곳의 여성 임원 비율이 평균에도 못 미쳤다. 특히 꼴찌인 하나증권은 42명 가운데 1명(2.4%)만이 여성 임원이었고 한국투자증권(3.8%) 대신증권(5.6%)도 저조한 성적을 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12.1%)과 삼성증권(15.2%)은 상대적으로 여성을 고위직에 많이 기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ESG 바람과 다소 거리감이 있는 모습이다. ESG는 고위직 임용에 있어서의 젠더 다양성을 S(사회) 주요 항목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금융권 기업들이 매년 공시 보고서와 함께 ESG 평가 보고서를 함께 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이 같은 고용 상황은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도 차이가 크게 난다. 글로벌 회계법인 그랜트 쏘튼사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은 유럽연합 34%, 북미(미국·캐나다) 33%, 아시아·태평양 지역 28% 등으로 집계됐다.
보수색채가 강한 국가와 비교해도 평가가 뒤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일본에서 임원 이상 직급을 갖고 있는 여성 비율은 11.8%에 달한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는 여성 임원 인력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젠더 문제에 힘쓰고 있다.
남녀의 대학 진학률 등 전통적인 성 격차가 해소되며 입사와 중간직급 승진까지 단계에서는 뚜렷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지만 고위급 인사에서는 여전히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업과 IB, 트레이딩 등 고된 업무 위주로 돌아가는 증권업계 특성상 그간 여성이 필드에서 버티기 어려웠던 점이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