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4층 분향소’에 대해 “아이들도 숨 막혀 죽었는데 우리도 그 지하 4층에 내려가서 숨 막혀 죽으라는 소리냐”고 반발했다.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에 대해서도 “철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는 8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해 달라고 2차 통보한 상태다.
이 대표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광장 분향소에 대해 “이태원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는데 죽어서까지 이 자리(분향소)를 지키지 못하면 저희 또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들 단호한 결의를 다지고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가 아닌 내가 먼저 죽었어야 되는데, 지금 살아있는 것 자체에 다들 죄의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유가족 측에 녹사평역 분향소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대표는 녹사평역 분향소에 대해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부터 ‘녹사평역 지하 4층 깨끗하고 넓은데 왜 안 들어오느냐’고 연락이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가 대한민국에서 조용해질 때까지 지하에 가서 아이들과 똑같이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며 “녹사평역 지하 4층은 인적도 드물고 접근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지난 4일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후 서울시가 자진 철거를 요청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분향소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 감정에서 비롯된 ‘관혼상제’로 헌법과 법률로 보호받는다”며 “서울시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철거할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