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행된 경찰 총경 전보 인사를 두고 조직 안팎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추진 당시 ‘전국서장회의’를 열며 공개적으로 비판 의견을 냈던 총경들을 112종합상황실 팀장이나 교육기관 등 한직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보복 인사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조직 안팎에서는 “징계보다 더 악랄한 인사”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도 행안부가 인사권을 쥐게 되면서 경찰 조직의 독립성이 침해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행안부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총경들이 이번 보직 인사에서 피해를 보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청장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누가 봐도 보복성 인사” “세상이 거꾸로 가는 느낌”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퇴직한 이동환 전 경찰대 경찰학과장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단행된 총경 인사에 대해 “경찰국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휴일날 모여 회의를 연 54명에 대한 처절하고 철저한 보복 인사가 이뤄졌다”며 “징계보다 더 악랄한, 더 모멸적인 인사 조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학과장은 류삼영 총경이 주도한 전국서장회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물 중 하나다.
특히 전국서장회의에 참석했던 총경들을 지역 경찰청 112종합상황실 팀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경찰국 신설의 당근으로 내놓은 복수직급제를 악용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경찰의 숙원사업이었던 복수직급제를 도입해 총경 자리 58개를 늘렸다. 전체 총경 자리는 크게 늘어났지만 경찰국 신설에 저항한 총경들은 복수직급제 도입 전에는 한 계급 아래인 경정이 맡았던 ‘상황팀장’이 됐다.
이 전 학과장은 “능력에 문제없는 상급 경력자를 하급 경력자의 하위 보직으로 전보하진 않는다”며 “그런 인사를 한다면 상급 경력자를 ‘엿 먹이기’ 인사로 조직 내 균열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보복성 인사가 결국 조직 내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놨다. 이 전 학과장은 “아주 서서히 경찰 조직의 건전성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보다는 승진과 보직에 더 가치를 두는 경찰관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복종하지 않으면 승진은 물론이고 보직에서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이번 보복 인사의 여파가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한탄했다. 그는 “무지막지한 군사정권 때도 이런 인사는 부끄럽고 염치없어 못했다”며 “조선시대 반대파 유배가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한편 윤 청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국서장회의 참석 여부가 이번 인사 기준에 반영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 인사’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윤 청장은 “역량과 자질은 당연히 기본이고, 공직관과 책임의식 그리고 대내외의 다양한 평가, 소위 ‘세평’도 듣는다”며 “오랜 기간에 걸쳐 이런 것을 다 종합했고, 이런저런 것을 다 고려해 제가 심사숙고한 끝에 이런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