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구대에서 자다가 넘어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만취자의 가족들이 당시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을 고발했다. 지구대 경찰관들이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해당한다는 게 가족 측의 주장이다.
6일 경남 창원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2시2분쯤 창원시 성산구 한 재래시장 내부 계단에 남녀가 누워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이들의 맥박, 호흡 상태를 확인한 뒤 병원 후송까지는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여성을 택시에 태워 귀가시키고 30대 남성 A씨는 오전 2시30분쯤 경찰에 인계했다.
A씨는 신월지구대 내 탁자에서 엎드려 잠을 자던 중 오전 4시49분쯤 일어나다 지구대 뒷유리에 머리를 부딪치며 넘어졌다. 이를 발견한 경찰은 즉시 119구급대에 연락했고 오전 4시55분쯤 구급대 요원이 지구대에 도착했다.
구급대 요원들은 A씨의 혈압과 동공을 확인한 뒤 이번에도 병원 이송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돌아갔다. 경찰은 한 시간 뒤인 오전 5시55분쯤 A씨 어머니에게 연락해 오전 6시27분쯤 A씨를 인계했다.
귀가한 A씨 어머니는 A씨가 구토하자 병원을 찾았고, A씨는 두개골 골절에 의한 의식불명 판정을 받았다.
A씨 가족은 경찰 대응이 미비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신월지구대 내 근무 중이던 경찰관 14명을 지난 3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2차 출동한 구급대 요원들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A씨 가족은 “넘어져 쓰러진 뒤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거나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등 조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했지만 늦게까지 방치돼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신월지구대 측은 A씨 가족에게 늦게 연락한 점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면서도 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A씨 외투 등을 겉으로 만졌을 때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후 오전 5시50분쯤 외투 주머니 안까지 손을 넣어 갤럭시 워치를 발견해 A씨 모친에게 연락했다고 해명했다.
보호자 인계가 늦어진 것과 관련해선 또 운전면허증을 토대로 인적 조회를 했으나 독립세대주로 확인돼 보호자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안기균 창원중부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이 담긴 지구대 내부 CCTV 영상은 A씨 가족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상태”라며 “수사를 한 뒤 근무 경찰관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정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 주취자는 현장에서 귀가 조치를 하지만 A씨처럼 의식이 없는 만취자의 경우는 119 구급대 판단에 따라 의료기관에 후송하는 등의 조치를 한다”며 “잘잘못을 떠나 지구대에서 보호조치 했던 대상자가 부상을 당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경남경찰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을 대상으로 만취자 매뉴얼과 관련해 교육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