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안연대? 비상식” 격분한 尹…홍준표 “역린 건드린 것”

입력 2023-02-06 06:07 수정 2023-02-06 10:19
2022년 4월 15일 인수위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뉴시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윤안연대’(윤석열 대통령과 안 의원의 연대)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강한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통령과 충돌하는 전당대회로 가고 있어 참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5일 밤 페이스북에 “역대 대통령은 언제나 여의도에 정치적 기반이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경력이 일천해 여의도에 정치적 기반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운운하지만, 그건 한줌도 안 되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만들어낸 조어에 불과하다”면서 “윤 대통령 측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여의도에 정치적 기반을 갖고 싶은데, 그게 여의치 않으니 짜증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안철수 후보가 ‘윤안연대’를 거론한 것은 역린을 건드린 커다란 착각이었다”고 일갈했다. 역린은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붙어 있는 비늘이라는 뜻으로 ‘권력자의 노여움’을 비유한 표현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뉴시스

그는 “안철수 후보는 여태 어느 정당을 가더라도 착근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지난 대선 때 비로소 선택의 여지 없이 국민의힘에 합류했다”며 “안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국민의힘에 착근하는 데 그 의미를 가져야지, 윤 대통령에 맞서 당권을 쟁취하는 데 그 목표를 둬선 앞으로 정치 역정만 더 험난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차기(대권) 경쟁하는 잠재적 인사들이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차기 경선이 불공정 경선이 될 걸 뻔히 알고 있는데, 말없이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라며 “정권 초기부터 차기를 운운한다면 이 정권이 온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은 힘을 모아서 윤 정권을 안정시킬 때다. 감정도 욕심도 버리고, 오로지 당과 나라를 위해서 정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윤안연대’ ‘윤핵관’ 등을 언급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안윤연대라는 표현은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인가”라며 “윤핵관이라는 표현은 또 누가 썼나. 참 웃기는 얘긴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선 때 썼다. 당원들끼리 그런 표현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때 “중립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원칙론을 고수했으나, 최근 안 대표가 윤안연대와 윤핵관을 언급하면서 강경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안 의원이 겉으로는 ‘친윤’이라 주장하면서 내심 비윤 또는 반윤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시도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3월 10일 대선 개표상황실에서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이 전해지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주 참모들에게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경제와 안보 상황이 막중한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고 했다.

대선후보 단일화 상대였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역임한 안 의원을 더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야권 단일화 협상을 하면서 안 의원의 행태에 크게 실망했고, 그럼에도 인수위원장직을 내줬으나 안 의원이 끝내 ‘자기정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등 새 정부가 위기를 겪을 때 돕지 않다가 뒤늦게 ‘윤심’을 내세우는 점에서 그를 “여당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본다”는 게 주변 설명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