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백채를 거느린 이른바 ‘빌라왕’들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39)씨가 지난 2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김형석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신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바지 집주인들로부터 명의를 빌려 무자본 갭투기에 나서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신씨는 여러 임대인에게 ‘명의’를 빌리면서 대가로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7명에 보증금 80억원 규모다. 하지만 신씨의 관리를 받던 빌라왕들이 보유한 주택 규모가 최소 수백채에 이르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과 검찰은 현재까지 신씨와 빌라왕 7명 사이의 통화 내역과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 240여채의 주택을 보유하다 제주에서 사망한 빌라왕 정모씨, 수도권 일대 628채의 주택을 매입한 또 다른 빌라왕 김모(50)씨 등이 신씨의 관리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씨는 2017년 무렵부터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중개보조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구직사이트를 통해 연결된 여러 부동산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직접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차려 운영을 시작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당시 화곡동 일대에는 ‘집을 사면 돈을 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때문에 신축빌라 분양사무실에는 당장 생계가 어려운 이들이 ‘집을 사겠다’며 나타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초창기 전세사기 수법이 나타난 화곡동에서 중개보조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씨가 대규모 사업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경찰과 검찰은 신씨 일당의 추가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