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에너지 복지 정책이 여전히 바우처·요금할인 등 단기적인 처방에만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난방비 대란’이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닌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 대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긴급 지원 만큼이나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장기 대책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초유의 난방비 대란 사태에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추가 지원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난방비 지원을 중산층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중산층까지 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총 4100만명에게 1인당 10만~25만원씩 총 7조2000억원을 지원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난방비 대란을 둘러싼 최근 논의가 현금성 지원 등 단기적인 처방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요금 인상 발(發) 대란은 앞으로 상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6년까지 단계적 에너지 요금 현실화와 더불어 에너지 공기업 적자·미수금을 해소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추가 인상은 불가피한 것이다. 매해 여름·겨울마다 제2, 제3의 ‘냉방비 대란’ ‘난방비 대란’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단열 시공, 고효율 보일러 교체 등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 등 대책은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려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지적이 잇따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해 “보조금만 계속 투입하고,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과 같이 난방비 절감에 필수적인 인프라 지원이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쪽방과 고시원과 같은 비주택 거주 가구가 42만, 여기에 옥상이나 지하 거주 가구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더하면 주거빈곤가구가 180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유럽 등 해외 선진국이 저소득층을 위한 효율 개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실제 관련 예산 규모도 보조금 지급 등 다른 에너지 복지 정책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6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대책을 발표할 때, 예산 1800억원이 투입했다. 또 지난 1일 발표한 추가 지원에 따른 비용도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에 비해 올해 편성된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 예산은 91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보고서에서 “2018년 기준 저소득 가구의 에너지 효율개선에 투입된 예산은 전체의 9.9% 였지만, 에너지 구입비용 지원과 전기 및 가스요금 할인 수단은 각각 전체 예산의 8.5%, 81.6%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에너지 구입비용 지원위주의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개선 지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