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째 되는 5일, 국회에서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생존자를 비롯해 여아 지도부 등이 참석했다.
고(故)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이날 추모제에 참석해 “저희가 치울 테니 많은 국화꽃으로 단장된 합동분향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하려 하면 휘발유를 준비해 놓고 아이들을 따라갈 것”이라며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른 유족들도 “분향소 좀 설치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참사 발생 99일째인 지난 4일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서울시는 오는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더 이상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국회는 국민 모두를 대표하는 기관인 만큼 국회가 추모 의식을 여는 것은 국민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낸다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 우리 국민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국회가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날(참사일) 이후 유족에게 온 세상은 까만 잿빛이지만,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도 그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국가가 그날 무엇을 했는지 밝힐 책무가 정치에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참사 직후 유가족들을 만나 (진상규명 등에)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드렸지만, 유가족 입장에서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유가족과 미래를 바라보고, 집권 여당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