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유혈 낭자” 獨관객 지적… 박찬욱의 응수는?

입력 2023-02-04 08:26 수정 2023-02-04 09:44
박찬욱 감독이 지난해 5월 23일(현지시간) '헤어질 결심' 출연진과 함께 제75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모습. 왼쪽부터 박해일, 박찬욱 감독, 탕웨이. 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이 ‘한국 영화가 피(폭력) 없이도 국제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냐’는 한 독일 관객 질문에 “외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 중 폭력적인 것을 더 많이 선호하는 게 문제”라고 받아쳤다.

박 감독은 지난 2일(현지시각) 영화 ‘헤어질 결심’ 독일·오스트리아 개봉을 기념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영화는 유혈이 낭자한 고품질 영화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한국 영화가 피 없이도 국제적인 성공을 할 수 있냐”는 독일 관객의 질문을 받았다.

박 감독은 먼저 “‘헤어질 결심’은 (폭력이) 별로 없는 영화 아니냐. 어떤 관객은 이 정도도 폭력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 중에도 폭력적인 장면이 강하지 않은 좋은 영화들이 많다”며 “제가 오히려 궁금한 것은 외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 중에서는 폭력적인 영화들을 좀 더 선호하는데, 왜 그런 것인가다”라고 응수했다.

그는 “초창기 제가 활동을 시작해 이름을 좀 알리던 2000년대 초반부터 한동안 ‘아시안 익스트림즈’(Asian Extremes)라는 브랜딩을 갖고 많은 영화가 소개돼, 그런 인상이 구축된 것 같다”며 “이제는 그렇지 않은 영화도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헤어질 결심’을 6차례 봤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몇 차례 관람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번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겠죠. 많은 공을 들여서 디테일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6~7번을 봐도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 관객들은 자막을 보다 보면 시각적 디테일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꼭 두 번은 봐달라”고 답했다.

헤어질 결심은 ‘안갯속의 여자(Die Frau im Nebel)’라는 제목으로 이날 독일 54개 도시, 80곳의 영화관에서 개봉했다고 배급사 플라이온 픽쳐스는 밝혔다. 같은 독일어권인 스위스에서는 이미 개봉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3일부터 개봉한다. 박 감독은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